매일신문

속으로 우는 지역 하청업체-(3.끝)원하청 바로 세우려면

원청사 군림자세 안바꾸면 中企미래는 없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하청업체들은 "술자리 접대나 리베이트 정도는 그래도 참을 수 있다.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단가 낮추기', '어음결제' 관행만큼은 꼭 바꾸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건설업의 하도급업체들은 지자체의 지역 기업 배려도 더 이상 이 상태로 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단가 개선

22일 달성공단 한 2차 부품업체 사장은 완성차 대기업들이 만든 원가계산서를 직접 보여주며 "원청업체의 이익만 보장해 주는 원가계산 방식을 혁신하지 못하면 대구 자동차부품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계산서는 재료비, 노무비, 가공비, 제조원가, 일반 관리비, 이윤, 재료 관리비, 금형비, 폐수처리비, 운송비 등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공정한 원가계산 방식보다는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뜻'이 단가 산정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

예를 들어 노무비는 임률(시간당 평균 임금), 기계 효율성 등을 근거로 산정한다.이 업체는 통상급, 기타수당, 월급여, 상여금 등을 근거로 적정 임률을 1만 원선으로 원청업체에 제시했지만 원청업체는 시간당 법정 최저 임금 기준만 적용, 2천 원이나 깎아내렸다.

기계 효율성이라는 것도 사정은 마찬가지. 하청업체들은 기계 수명을 100으로 봤을 때 90, 80, 70 등으로 수명이 감소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원청업체는 일률적으로 100을 적용해 버린다. 하청업체들은 원하청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선 원청업체가 납품단가 결정 때 하청업체의 임금인상 요인 등을 반영하는 '원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하고, 원청업체들의 원가계산서도 투명 공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단가 변동률 등 제품 원가에 영향을 주는 가격정보를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것.이와 관련, 원가상승 요인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대기업 등 원청업체들이 완제품 가격, 납품단가 변동 추이를 공개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 관행 의혹이 많은 자동차·전자·조선 등 대형 제조업종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며며 "완제품 가격상승률과 납품업체 단가인하율을 비교 공개하면 대기업들의 부당한 거래 관행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음결제 대신 기업용 신용카드를…

단가 인하 못지 않게 하청업체들을 울리는 또 하나의 족쇄는 어음결제 관행이다. 대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은 중소기업 어음은 그나마 금융권에서 현금화가 가능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소기업 어음은 사채시장이 아니면 현금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세 업체들은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할 뿐 아니라 행여 '부도라도 나면 어쩌나'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에 따라 어음결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기업용 신용카드'다. 기업용 신용카드의 핵심은 약속 어음 제도를 완전 폐지하고 기업 세계에도 민간 신용카드 개념의 새 화폐를 도입하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무에게나 마구 발급해주는 신용카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해당 기업의 월간, 연간 매출액 및 자금결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철저한 심사 후 월간, 분기간, 연간 카드 사용 한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신용카드 발행을 지금처럼 민간 카드사에 일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1금융기관 내지는 별도의 공기업을 설립해 국가적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

◇지역 배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지방재정법을 개정, 시·군·구가 발주하는 70억 원 이하 일반공사와 6억 원 이하 전문공사는 해당 시·군·구에서 면허를 받은 지역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줬고, 70억 원 이상의 일반공사도 원사업체는 지역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도급하도록 했다.

이 참에 전문 건설업체들은 1억 원 미만의 복합공사는 일반공사로 간주돼 하도급업체가 아닌, 일반 건설업체가 공사를 따는 불합리성도 고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전문건설업회 대구시회는 "건설산업기본법에 1억 원 미만 복합공사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지역 전문업체에 맡길 수 있도록 명시된 만큼 발주 공공기관의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했다.

또 외지 대기업이 지역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을 시행할 경우 지자체는 더 이상 지역에 의무 배정할 법이 없다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자체가 사업승인과 건축허가 과정에 적극 나서 외지 대기업 등 원사업체에게 지역 업체를 써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시회는 "하도급 금액의 30~50% 이상을 지역 업체에 의무적으로 주도록 입찰공고 때 명시하는 방법도 있다"며 "문제는 지자체의 지역 기업에 대한 관심 차이"라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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