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상아탑'이 아니라는 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대학 교수들이 적지 않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학문을 연구하기보다는 취업에 급급한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심도 있는 연구보다는 총'학장 선거에 합류해 보직 한자리를 얻겠다고 학교를 이리저리 방황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연구비를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하는 등 유용과 착복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마저 빈발하고 있다.
◇ 연구비는 '눈먼 돈'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가 하면, 연구비 유용은 이미 대학 사회의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심지어 '재수 없는 교수'만 걸린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지나친 실례이기만 할까. 사정이 이래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르는 건 대학 내'외부의 감시 장치가 제구실은커녕 마비 상태에 이른 게 아닌지 알 수 없다.
◇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가 산업자원부와 벤처기업 등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1억여 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 고발됐다고 한다. 제자인 대학원생 10여 명이 부패방지위원회에 투서해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니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방위는 대검에 고발, 대검이 조만간 이 사건을 서울지검에 넘겨 수사하도록 할 움직임이다.
◇ 부방위에 따르면, 기자재를 구입하지 않고도 허위 영수증을 만들고, 기증받은 물품은 돈을 주고 산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학생들을 위해 책정된 연구 보조 인건비까지 가로챘다. 학교 측에 제출한 소명 자료에서 그는 학생 인건비를 두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나눠줬고, 기기 구입비는 대금 지급 후 판매업체가 연구 개발비 명목으로 되돌려 줬다고 주장했다지만, 그런데 왜 학생들이 투서까지 했을까.
◇ 대학은 여전히 진리 탐구의 요람이자 지성과 양심의 최후 보루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새로운 인재들을 양성하는 대학 교수들마저 돈에 눈이 어둡고, 도덕 불감증이 개탄의 대상까지 된다면 말이나 되는가. 이번 사건도 제자들의 고발로 밝혀졌지만, 대학 내 비리가 내부 고발이 없으면 드러나지도 않는다면 정말 큰 문제다. 대학 내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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