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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강추! 이곳 어때요-(5)달빛 신라 역사기행

지난 23일 토요일, 아침 일찍 초등학생 8명을 데리고 익산에서 출발해 천년고도 경주에 도착했다. 다섯 가족이 모여 정기적으로 답사에 나서긴 하지만 이번엔 걱정이 앞섰다. 일이 생겨 어른들은 참석하지 못한 대신 아내와 둘이서 아이들만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먼 길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건 '달빛신라역사기행'에 참가하고부터 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박물관을 둘러본 뒤 신라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달빛기행'에 참가했다. 문화원에서 제공하는 김밥과 서라벌 찰보리빵, 그리고 물을 받아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낮 시간대의 프로그램은 고분과 첨성대 답사였다. 아이들은 너무 신기해했다. 웅장하다고 표현해야할 만큼 큰 무덤이기에 모두들 신기해할 따름이다. 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싶었다.

첨성대로 옮겨서 해설을 듣고, 유채꽃이 넘실대는 들판에서 김밥을 먹었다. 보름달은 이미 중천을 향하고 있었지만 어스름한 저녁이어서 도시락을 먹는 것 역시 낭만 그 자체였다. 식사 후 아이들이나 어른 가릴 것 없이 마음이 들떠있기는 마찬가지였다.야간에는 조명이 점등되어 더욱더 아름다운 경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룡사에 도착하기 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었다. 풍물굿패였다. 풍악을 울리며 가고있는 패를 뒤따랐다. 절로 어깨가 들썩여졌다. 황룡사 터에 도착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풍물굿에 모두 하나가 됐다. 아이들이 더 흥이 나서 신명나게 춤사위를 벌였다.

풍물굿이 끝나고는 백등을 손에 들고 분황사로 향했다. 백등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분황사에 들어서자 은은한 국악의 선율이 우리를 맞이했다. 보름달 아래서 음악을 들으면서, 분황사 삼층석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를 통해 천년고도 서라벌을 짐작케 했다. 어느새 내 가슴속에 평화로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화로운 마음 그 자체가 행복 아닐까.

탑돌이를 마치고 찰보리빵과 차를 마시면서 야외 국악공연을 관람했다. 여러 장르의 곡이 연주됐다. 지금까지 국악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 역시 국악에 매료된 듯했다. 아이들이나 나나 이번 국악관람은 국악에 새삼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더군다나 달빛 아래에서의 국악연주는 감미롭고 흥겹고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달빛기행이 없는 토요일에는 별빛기행을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별빛기행에도 꼭 참가할 계획이다.

황송연(전라북도 익산시 영등동)

사진: 달빛신라역사기행의 낮 프로그램인 유적답사 도중 첨성대 앞에 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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