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아름다운 경치나 볼거리만 찾는 게 아니다. 때론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살이야 어차피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낼 수밖에 없는 법. 그렇더라도 여행까지 복작대며 갈 터인가.
이맘때의 내연산수목원과 하옥계곡은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봄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수목원으로, 계곡으로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나보자.
◇내연산수목원
이전에는 고랭지채소밭이었을 만큼 고지대에 있다. 청하에서 55굽이 샘재를 넘어서야 나타난다. 샘재는 오르는 길만으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샘재 꼭대기 부근은 아직 초봄의 풍경이다. 응달의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 가지 그대로다. 계절이 산 아래보다 보름 정도 늦다는 말은 막 꽃을 피워내는 벚나무를 보고서야 실감할 수 있다. 여러 이유로 봄을 놓친 사람들로서는 수목원에 들러 봄을 느껴봄직하다.
15만 평에 이르는 이곳에는 모두 1천30종의 식물이 있다. 지리적 위치에 맞게 고산식물원과 야생초화원, 습지원, 방향식물원 등 특수정원을 가꿔놓았다. 망개나무와 황벽나무, 금낭화, 복수초 등 자생 희귀수종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생태관찰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생태여행지로 알맞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은 창포원. 9가지 종류의 창포와 수달래, 각종 수생식물이 있는 이곳은 올챙이들이 떼로 몰려다니고 있어 생태체험학습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목원 동쪽의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이미 연초 일출의 명소가 됐다. 수목원 뒤쪽으로 등산로가 있지만 5월 15일까지는 산불방지 기간이라 통제된다. 문의=054)262-6110(내연산수목원).
◇하옥계곡
여름이 오기 전 하옥계곡의 매력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내연산수목원이 인공적으로 잘 가꾸어진 숲과 식물원이라면 하옥계곡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여름 피서인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편. 교통이 불편해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연산수목원에서 상옥 방향으로 샘재를 내려간다. 상옥리에서 청송방면으로 조금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하옥리 푯말이 있다. 영덕 옥계계곡과 연결되어 있으나 곳곳에 도로가 유실된 곳이 많아 승용차로는 곤란하다.
상옥리에서 약 3㎞를 가면 비포장 흙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하옥계곡의 절경이 시작되는 셈. 갑자기 산들이 수직의 높이로 다가선다. 비포장길 아래로는 기암괴석과 맑은 물이 용틀임을 한다. 백두대간의 지맥인 동대산과 향로봉, 내연산수목원 뒤쪽 산인 삿갓봉과 매봉의 물줄기가 모두 이곳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계곡만으로 본다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어느 계곡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계곡이 약 12㎞로 워낙 길어 쫓기듯 살아가는 삶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곳에서 여유를 찾아 돌아가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마저의 여유도 없다면? 그냥 자동차로 하옥리까지 비포장 흙길을 가로질러 갔다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교통
포항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옥리까지 하루 3번 시내버스가 왕복 운행한다. 문의=054)277-8086~90(성원여객주식회사). 대구로 돌아오는 길은 수목원∼상옥리(68번 도로)를 거쳐 죽장∼자양댐∼영천(69번 도로)∼대구로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2시간가량 걸리지만 고속도로보다 싫증 나지 않는다.
◇맛집
수목원과 하옥계곡 근처에는 별다른 음식점이 없다. 하옥계곡에 있는 하옥산장(054-262-7885~6)에서 내놓는 오리바비큐가 먹을 만하다. 한방소스와 무소스 등 3가지 다른 맛의 소스에 찍어먹는 오리고기 맛이 특별하다. 전병이나 3년 묵은 백김치에 절인 고추를 넣어 싸먹는 고기쌈 맛도 독특하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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