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 커뮤니티 큰 혁신 'U시대의 핵'

소규모 네트워크의 힘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innovation)은 어디에서 출발할까. 2001년 벤처 붐이 한창 달아오를 때, 이런저런 이름의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다.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체들은 존재할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아주 작고 회원들 간 친밀도가 높은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뜻밖의 혁신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인과 대학교수, 연구원, 공무원 등이 서로를 잘 알수록 기대하지도 않았던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산업 혁신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의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만나면 시너지가 생긴다

경북테크노파크 신기술사업자(TBI) 커뮤니티가 발족한 것은 2001년 7월. 각 기수별로 10여 개씩 지정되는 TBI사업자 간의 친목 도모가 가장 큰 취지였다. 회원들 관심분야도 전혀 달랐다. 그런데 회원들이 서로를 잘 알게 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혁신을 불러왔다.

농업벤처 송광설중매는 매실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건식 분쇄기술이 필요했지만 도저히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고민은 뜻밖의 곳에서 해결됐다. TBI사업자 회원인 경동테크가 바로 건식 초미립분말분쇄기를 개발한 벤처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송광설중매는 경동테크의 첫 구매자가 됐고, 분쇄기의 우수한 성능으로 최고급 매실가공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반도체 장비'부품 회사인 다이섹은 세라믹 접합기술을 가진 세라웰을 만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고, 자동컵세척기를 개발하던 핫크린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가진 테크밸리 도움으로 최첨단 자동컵세척기를 개발하는 개가를 거뒀다.

장용운 경북테크노파크 입주업체협의회장(인바이로테크 대표)은 "기술융합으로 인한 TBI사업자 간의 제품혁신 이외에도, 각 기업인이 가진 인맥 등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됨으로써 마케팅분야에서도 적잖은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면서부터 시너지의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연다

대구테크노파크도 올해 1월 기업 중심의 소규모 커뮤니티 활성화에 나서 적잖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유비쿼터스 클러스터 활성화 포럼'의 활동으로 그룹웨어 중심의 사업을 하던 넷블루는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유비테크를 창업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미리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KDT는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을 적용해 무선 MP3를 , 엔-라인시스템은 차량용 PC를, 아람테크는 RFID(전자테그)를 이용한 투어가이딩 시스템을 각각 개발했다. 포럼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R&D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해결했다.

'유비쿼터스 대구포럼'에선 회원사인 다큐에서 'RFID(전자태그)를 이용한 주차 컨트롤 시스템'을 완성했고, '지역 메카트로닉스 및 자동차부품 A-T/W(Any Time/Where) 혁신커뮤니티'도 자동차 프레스 및 부품, 센서 등의 분야에서 회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원기관 매니저들의 모임인 '대구지역 벤처지원 커뮤니티'는 마케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이용 지필보정기구를 개발한 더웨이는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연구개발과 국내외 마케팅에 나섰다. 국내 유명 대형소매점 등 209곳에 입점한 더웨이는 올해 내수 25억 원과 수출 3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식도 머리를 맞대면 창출된다

실질적인 산'학'연 네트워킹을 통한 기업 지원을 고민하던 대구전략산업기획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식연구 셀(Cell)그룹'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5개 기업의 엔지니어와 교수, 연구원 등 모두 5~7명 정도의 소그룹으로 구성, 기업현장과 밀접한 R&D(연구개발)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자는 취지다.

올해 50개 셀그룹 형성을 목표로 했는데 섬유 18개, 염색 3개, 봉제 5개, 섬유기계 1개, 메카트로닉스 16개, 생물 7개, 모바일 1개, 나노 2개 등 이미 53개를 넘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또 셀그룹에서 머리를 맞댔던 '폴리프로필렌(PP)를 이용한 캐주얼용 교직물 개발', '복합기능성 코팅원단 개발', '생청국장의 유통 중 반품률 저하방안' 등 3개 주제는 R&D과제로 선정됐다.

대구전략산업기획단 문수연 기획조정실장은 "셀그룹은 각각의 명칭 자체가 구체적인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구성원도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이 같은 기업현장과 직결된 소수 연구모임이 지역산업기술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사진: 소규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 연계활동이 지역산업 혁신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열린 대구테크노파크 2005년 산'학'연 연계 통합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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