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탈법 성인오락실, 당국 '불구경'

성인오락실이 불·탈법으로 치닫고 있지만 구·군청이나 경찰서의 단속은 거의 전무하다. 경찰과 행정 공무원들은 오히려 정부가 점검 및 단속을 막아온 셈이나 마찬가지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야기는 지난 3월로 돌아간다. 문화관광부는 사행성 조장 게임장에 대한 특별대책으로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 기준고시 개정안'을 3월 1일부터 시행했다. 문제는 유예기간을 60일로, 계도기간, 게임물의 프로그램 수정기간을 4월 중순까지로 정한 것.

한 구청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끝나면 얼마나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유예기간을 악용해 업자들은 불·탈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5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면 불·탈법이 수그러들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위반사항에 대한 행정처분이 터무니없이 약하기 때문.

시설기준 위반의 경우 1차 위반시 영업정지 10일을 받지만 과징금은 1일당 5만 원에 불과, 벌금 50만 원만 내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또 기계 작동 여부에 관계없이 청소년 오락기를 기준에 맞춰 갖다 놓기만 해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규정인 셈이다.

아울러 문화부는 무분별하게 난립했던 성인오락실 상품권을 그동안 유통된 52종 중 22종만 허용했다. 위반시 영업정지 1개월이 행정처분의 전부다. 3차 위반시 영업폐쇄, 등록취소의 처분을 받지만 이 정도까지 단속하려면 담당자가 오락실에 살다시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락실 명의도 실제 소유주가 아닌 바지 사장으로 돼 있는 게 보통이다.

모 구청 관계자는 "제대로 단속하려면 1시간 동안 오락기 1대에 9만 원 이상 돈이 투입되는지를 찾아야 하고 프로그램 승률조작에 대한 증거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경찰, 구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더라도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오락실 업자들의 얘기다. 오히려 규제가 강해질수록 무허가 및 불·탈법 영업만 조장할 것이라고 했다.

30대 규모의 오락기 영업을 하는 박모(44)씨는 "넉 달 전에 약 1억 원을 투자해서 오락실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하루 600만 원 매상도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얼마 전 박씨는 문화부 기준고시에 맞춰 기계를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박씨 가게에는 뜨내기 손님만 한둘씩 오갈 뿐 돈 되는 단골들은 이미 발길을 끊어버렸다. 아직 '손 타지 않은' 기계가 있는 오락실을 찾아간 것.

7년째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9)씨는 "속칭 '똥 따먹기(상품권 장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지나친 규정 때문에 애매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차라리 성인오락실은 성인들만 출입하게 제한하고 경품금액이나 배팅한도액도 현재 기준보다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주들은 성인오락실이 이처럼 많이 생겨난 것은 결국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취재진과 접촉한 성인오락실 업자들은 "프로그램을 변경할 경우 생길 손해에 대해서는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수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뀐 규정의 틈새를 비집고 또 다른 불·탈법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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