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7년 만에 명고수된 40대 농부

"7년 동안 수업료 한 푼 받지 않고 가르쳐 주신스승님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 27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막을 내린 제25회 전국고수대회에서 대명고수부 장원을 차지하며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서장식(41·전남 무안)씨.

그는 이날 결선에서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 '차일 수군도독…'과 '그때여 조조는…' 대목에 맞춰 수준 높은 세마치 및 자진머리 장단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서씨가 북채를 집어든 것은 지난 98년.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전남 무안에서 관광농원을 경영하며 농사를 짓던 서씨는 IMF 영향으로 부도 위기를 맞게 되자 미련없이 인근 해남의 명고수 추정남(65·전남도 무형문화재·96년 전주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 장원)선생을 찾았다.

북과 판소리 등에 조예가 깊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국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딸 민경(17·고3)양과 아들 희성(14·중3)군에게 일찌감치 국악을 가르쳤던 그는 이 기회에 자신도 아예 전업 고수의 길을 택하기로 결심한 것.

그러나 서씨에게 고수의 길은 멀고 험했다.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농사를 접은 탓에 수업료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인데다 급한성격 때문에 판소리 장단 중 가장 느리다는 진양조를 배울 때는 장단을 전혀 맞출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을 배운 지 몇 달 안돼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스승님께 그만둬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북은 참고 또 참으며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호통을 치시며 용기를 북돋워 주셨습니다.

"스승의 질책과 권유로 마음을 다잡은 서씨는 이 때부터 일주일에 3번씩 하는 수업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악착같이 북 장단의 모든 것을 전수받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씨는 2003년 해남 고수대회에서 일반부 장원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2004년에는 전주 고수대회에서 명고부 우수상, 장흥 고수대회 명인부 장려상, 순천 팔마 고수대회 대명고수부 우수상, 해남 고수대회 명고부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한 데 이어 이날 드디어 명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수년 전부터 무안 군립국악원 원감을 맡고 있는 서씨는 "스승의 뜻을 받들어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정진, 북 장단과 판소리가 만들어내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맛을 널리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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