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엔 일본 극우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 일본 우익 집단은 왜 야스쿠니로 달려가는 것일까.
'야스쿠니의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는 일본의 우경화와 야스쿠니 참배의 고리를 설명한 책이다. 일본 양심적 지식인 가운데 하나인 고야스 노부쿠니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썼다.
1868년 만들어진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치른 전쟁에서 희생된 전몰자들을 제사지내며 전쟁의 영광을 기념하는 시설이다. 야스쿠니신사가 '순국 영령'으로 제사지내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전몰자는 212만3천823명. 신사 안에는 1882년 개관한 일본 최초, 최고(最古)의 군사역사박물관까지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황국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야스쿠니의 영령들이 목숨을 바친 (황국으로서) 국가는 미래에도 마땅히 헌신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극우 정치인들의 의지를 표현한다.
저자는 '일본의 야스쿠니'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야스쿠니의 일본'이다. 우익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조작된 야스쿠니는 일본 사회 전반을 시대착오적 우경화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있어 고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세기 전쟁의 무수한 희생자를 딛고 이뤄진 일본의 역사를 전혀 성찰하지 않는 오만이며 수치를 모르는 짓거리다. 책은 '야스쿠니'로 상징되는 일본의 신도(神道)를 일본 우경화의 뿌리로 지목하며 이 같은 시대착오적 정치적 시도의 일차적 피해는 주변국이 아닌 일본 자신이 보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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