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통신사

한일공통역사교재 제작팀 지음/한길사 펴냄

최근 일본 '새로운 교과서 만들기 연구회'에서 만든 역사교과서 '새로운 일본사'의 검인정 통과로 한일 양국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식민지 지배시기의 침략적 역사관을 그대로 계승한 교과서가 문부성을 통과했다는 것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의 전국역사교사연구모임 대구지부와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의 역사 교사들은 지난 2001년부터 공동으로 역사책을 만들기 시작해 지난 19일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그 첫권 '조선통신사'를 발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민중 중심'으로 서술됐다는 점이다. 조선과 일본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민중들의 삶이 어떠했느냐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서술하면서 침략자로만 인식됐던 왜군의 3분의 2 역시 우리 민중들과 똑같이 원하지 않은 전쟁에 동원됐던 농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과 조선의 민중들은 원치 않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뺏기고 고통을 받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임진왜란의 승패를 떠나 전쟁으로 인한 민중의 아픔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해악을 고발하고 있다.

또 조선의 통신사 파견과 조선에 귀의한 일본인들의 이야기 등 양국 민중들의 우호적인 역사를 부각시키는 한편 특정 사안에 대한 양국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양국의 교과서를 비교해서 싣기도 했다. 양국의 교사들은 다음 교과서 집필 시기를 근현대사로 정하고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선통신사'는 한일 양국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교과서이다. 한일공통역사교재 제작에 참여한 집필진은 한국측에서 전교조 대구지부 강태원(대구과학고), 박재홍(성광고), 빈수민(서부중), 이은홍(대진초교), 장대수(서부고), 강호민(교원대) 교사와 일본 히로시마 현 교직원 조합 중학교 다케모토 히로유키 교사 등 5명, 모두 11명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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