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오늘-LA폭동 발생

'기소된 경관 4명 중 3명 무죄'. 1992년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미밸리 지방법원 배심원단이 7일 간의 논의 끝에 내린 이 평결이 한인 이민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로드니 킹 사건'. 음주운전하다 정지 명령에 불응, 도주하다 잡힌 흑인 로드니 킹을 백인 경찰들이 집단 폭행한 것이다. 한 시민이 비디오 카메라로 잡은 화면이 TV중계되면서 사건은 미국 전역의 화젯거리가 됐다.

사건 자체로는 분명히 흑백 갈등이었다. 무죄 평결에 항의 시위를 시작한 것도 흑인이었다. 그러나 시위가 점점 폭동으로 변질되면서 흑백 갈등의 불똥은 한국 이민자들에게로 튀어버렸다. 이날 폭동의 진원지 '사우스 센트럴' 지역 식품점의 90%를 차지하는 450여 개 한인 상점들 모두가 흑인들의 약탈, 방화공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경찰들은 폭도들이 백인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한인들은 자경단을 조직, 일부 지역에선 총격전까지 벌이다 한인 청년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사태의 본질을 한흑 갈등으로 오도하며 문제를 더욱 키웠다.

한인들은 3억5천만 달러를 넘는 재산피해에도 5월 10일 평화행진에 10만이 운집해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미국 사회 속 한인의 정체성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큰 대가였다.

▲1863년 미국 신문경영자 윌리엄 허스트 출생 ▲1981년 언론중재위원회 발족 ▲1987년 시화지구 간척사업 착공.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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