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지역섬유산업 다시 꽃 피울려면

대구 섬유는 정부나 대구시의 육성책에 의해 발전한 산업이 아니다. 기업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밀라노프로젝트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적은 섬유업계 일각에선 예견한 일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패션어패럴밸리 사업과 한국패션센터, 두 개 사업을 살펴보자. 밀라노프로젝트 시작부터 이 두 개 사업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고 제직'염색업계의 의견수렴 없이 무작정 추진됐다. 당시 지역 업계의 희망사항은 기획상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의 패션어패럴산업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밀라노도 마찬가지다. 60, 70, 80년의 밀라노는 세계 패션어패럴을 주도하지 못했다. 밀라노 인근의 꼬모나 비엘라의 제직염색업계가 기획상품 생산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밀라노가 만들어졌다. 그러면 지역 업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역 업계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품종 소량'으로 전환하는 것은 10기가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일본의 섬유전문가들은 패션어패럴에 적합한 기획직물 생산방법을 배울 데가 없다고 한다. 모방하여 배울 참고서가 없다는 것이다. 기획직물의 생산은 머리를 바꾸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에서 기획직물의 생산을 위해 한국섬유개발원, 염색기술연구소 등에 인프라 투자를 많이 했다. 이들 연구소의 성과가 나오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후쿠이공업기술연구소, 오사카부립 총합기술연구소 등 70, 8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연구소는 1989년경에 대대적으로 현대화해 이제서야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2단계 밀라노프로젝트의 핵심은 기획직물을 생산해 기업이 돈을 버는 데 있다. 기획직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직물염색가공과 패션어패럴 간의 상품기획을 위한 정보교환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스트림 간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데 연구소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미들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에 섬유산업이 있다는 것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혜택이지 '애물단지'가 아니다. 섬유인들도 더욱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패션어패럴밸리도 민(民 )주도로 하였다면 지금보다는 사정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시장 실패가 아니고 정부 실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기회비용 면에서도 지역섬유산업은 육성되어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논리이다.

정기숙(한국염색기술연구소 자문위원, 계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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