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인동 참사' 추모 아코디언 연주 유성목씨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28일 상인동 가스폭발 10주년 추도식이 열린 가스폭발 희생자 추모공원. 사고 당시 숨진 51명의 학생 영령들을 기도하는 한 노인의 아코디언 소리가 위령탑 주위를 맴돌며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코디언 연주자는 전직 중학교 교장인 유성목(68·달서구 월성동)씨. 그는 포항교육청, 화랑교육원에서 장학사를 지낸 뒤 대구 달성군, 경북 문경, 고령 등지에서 교감, 교장을 역임했으며 40여년간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쳐왔다. 유씨는 지난 2000년 정년퇴직한 후 아코디언을 배워 3년 전부터 위령탑 근처에서 이은상씨가 작사한 '동무생각', '옛동산에 올라' 등 가곡을 연주해왔다.

그는 "아직 꽃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영령들과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설픈 연주이지만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코디언 소리가 울려퍼지자 추모객들은 고개숙여 울기도 하고 하늘을 보며 처량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한 유족(57)은 "아코디언 소리가 죽은 아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가슴이 저민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 주민은 "유럽, 미국 등의 추모공원에 가보면 악사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대구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교회 장로인 유씨는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10년 전 상인동 가스폭발로 숨진 101명의 사망자 명단을 보며 회한에 잠긴 듯 다시한번 애절한 가락을 뽑아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전직 교장인 유성목씨가 28일 추모식을 앞두고 위령탑 아래에서 '동무생각'을 연주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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