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비상망치 '있으나 마나'

화재나 사고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시내버스에 설치된 비상 탈출용 망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상당수 버스에는 망치 거치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거나 나사나 끈을 이용해 고정시켜놓은 경우가 많아 비상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는 실정이다.

21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에서 수성구로 가는 한 시내버스 안. 뒤편 출입문에 비상용 망치를 걸어놓는 거치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망치는 없었다. 다른 버스도 마찬가지. 일부 버스는 운전석 옆에 설치된 비상용 망치는 남아 있었으나 출입구나 뒷 좌석의 벽면에는 거치대를 걸어둔 흔적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승객들이 호기심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새로 구입해 달아 놓는다고 해도 2, 3일이 지나지 않아 다시 없어져 버리기 일쑤"라고 했다.이 때문에 일부 버스업체에서는 분실을 우려해 망치를 나사나 끈으로 고정시켜 비상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해버린 경우가 많았다.

김모(46·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단단히 고정돼 있는 바람에 어른 힘으로 세게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정작 써야할 때는 사용하지 못하니 그저 장식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용 망치 설치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관련 단체의 정기 점검이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자동차안전에 관한 규칙에는 승차정원이 30인 이상이고, 측면 창문을 비상구로 사용하는 차량의 경우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시 교통과 관계자는 "2001년 10월 이후 출고되는 차량의 경우 출고시부터 설치돼 있거나 버스업체들이 지하철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비상시에 대비해 비상 망치를 설치한 것으로 안다"며 "미설치 차량에 대한 시 차원의 제재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대구시내버스조합 관계자는 "전복사고나 물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상시라도 문을 쉽게 열 수 있어 비상용 망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이런 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건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시민 이모(36)씨는 "없어진다고 비치하지 않거나 못쓰게 한다면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시민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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