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다. 산과 들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고 덩달아 너도나도 옷차림이 산뜻해진다. 봄의 유혹으로 남녀노소, 너나없이 나들이에 나선다. 나라 곳곳에선 축제 꽹과리가 울린다. 꽃나무나 지역의 특산품, 관광유적지를 소재로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연간 100건이 넘고 그중 상당수가 봄에 몰려 있다. 지역 명소를 관광 자원화하는 경쟁에는 특산품이나 명소가 없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축제 경쟁에 합류한다.
◇봄 축제는 남도가 압도적이다. 꽃을 주제로 한 축제에서 특산품, 유적지를 내세운 축제까지 다양하다. 한방약초를 소재로 하는가 하면 야생화 축제, 반딧불이'나비 축제도 열린다. 역사적 인물을 상품화한 장보고 축제, 홍길동 축제, 춘향제와 거북선 축제도 있다. 특산품을 내세운 다향제와 대나무 축제, 종이 축제도 열리고 대구에선 약령시 한방문화축제가 내달 초 열린다. 제주에서는 지역산 돼지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내건 도새기 축제와 자리돔 축제도 관광객을 겨냥한다.
◇축제 열풍은 농촌 지역에만 부는 게 아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은 내일부터 열리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 준비로 시끌벅적하다. 구석기 시대 유물을 소재로 한 경기도 연천의 구석기 축제엔는 옛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라 하고, 우주항공센터를 활용한 우주항공 축제의 거창한 이름도 보인다. 사월 초파일 이어지는 서울 종로 조계사 앞 연등 행렬도 축제 간판을 내걸고 있다.
◇최근 경기도 안성시가 라면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안성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상품이 있는 데다 이 축제를 벌이는 다른 지자체가 없어 착안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계획이 순조롭지만은 않다고 한다. 라면 제조 회사들이 인구 15만 도시가 벌이는 축제가 성공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냉담한 탓이다. 게다가 이 축제가 안성이란 상표가 붙은 제품의 홍보효과만 높일 수도 있다는 것도 타회사의 반대 이유다.
◇전국 곳곳의 축제 행렬은 봄이 안겨주는 즐거운 구경거리다. 그러나 축제라는 간판을 내세우고 북을 치기에는 어색한 마당도 없잖다. 자기만의 톡특한 맛과 멋이 없는 잔치판은 지역 관광 사업 활성화는 고사하고 나들이조차 피곤하게 한다. 이것저것 억지로 갖다 붙인 축제에서 봄의 의미가 찾아질 수 있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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