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2002년에 학교내 자살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실무지침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한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잇따르는 학생 자살, 조폭 뺨치는 학교 폭력, 성폭행 등 가뜩이나 교육이 무너져가는 판에 교육자들마저 앞장서 거짓말을 사주하는데 급급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교육자 중의 교육자' 역할을 하는 교육청이…. 경남도 교육청이 각급 학교 장학자료 활용을 위해 발간한 '학생 생활지도 길라잡이' 자료집 중 부록에 실린 '집단따돌림이 빚은 교내 자살사건에 대한 대처방안' 은 자못 해괴하다. 한 여고생의 교내 음독 자살 가상사건을 사례로 들어 병원관련팀,학부모위로팀,보상해결팀,언론사법기관통제팀,장례준비팀,기밀유지팀 등으로 역할분담을 시켰다.
이중 병원팀에겐 '사법절차상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숨진 상태라도 후송 중 숨진 것으로'''', 언론사법기관통제팀에겐 '보도와 수사로 인한 학교측 피해를 최소화', 기밀유지팀에겐 '…일기장'편지 등을 찾아 사건해결에 불리한 내용은 정리해둔다'등을 적시하고 있다. 하나같이 사건을 줄이고 숨기는데 주력하라는 내용이다.
속출하는 교내 사건들로 인한 교육 관계자들의 마음고생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경남교육청의 이같은 거짓 지시는 교육자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불행한 사례가 발생했다해도 철저한 사건 규명과 재발방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교육청이 되레 사건의 축소'은폐 요령만 가르쳐주고 있으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이런 교육현장에서 교육받을 학생들이 불쌍할 뿐이다. 비단 경남뿐 아니라 타지역 교육청에서도 이런 류의 치졸한 장학지침이 하달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경남도교육청은 당시 자료집의 감수작업 미흡을 인정하고 학교현장에서는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자는 세상의 '소금과 빛'같은 존재다. 무너진 교육철학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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