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길을 묻는다-문강명 문깡 학원장

짧은 머리에 활동하기 편한 복장, 자신감 넘치는 큰 목소리가 어디서든 눈에 띄는 그는 누구나 알아주는 정력적인 활동가다. 대구뿐만 아니라 경기도 분당과 캐나다 밴쿠버까지 모두 16개의 학원을 관리하고, 7천 명 안팎의 학원생과 학부모들을 상대하고, 20대 강사들과 어울려서도 지지 않고 축구를 하지만, 틈만 나면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학원이 왜 그렇게 잘 되냐고 묻자 "잘 하는 학원, 노력하는 분들 정말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듣기와 말하기가 돼야 한다. 듣기와 말하기가 되면 읽기는 너무 쉽게 된다. 부모들은 듣고 말하려면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읽으려면 문법과 단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거꾸로 가는 것이다. 나도 해외 연수만 11번 갔다 왔는데 갈 때마다 보면 한국 학생들은 수업 때 듣기와 말하기가 안 된다고 도서관에서 문법 공부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외국인들과 직접 부딪히며 말을 배우고 있었다.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 요즘 영어 잘 하는 학생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얼마 전에 초등학생이 토익 만점 가까이 받았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영어 교육을 망치고 있다.초등학생이 토익 점수 높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엄마들이 현혹되는 게 문제다. 남을 의식하고 자랑하기 위한 공부는 옳지 않다. 학원들도 마케팅을 어느 대학에 몇 명 합격했다, 경시대회 수상했다는 식으로 한다. 서울의 경우 올해 민족사관학교에 몇 명 보냈느냐에 따라 이듬해 성패가 갈릴 정도다. 이래서는 영어 교육이 안 된다. 영어 실력 향상 효과가 분명히 검증된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 문깡학원은 숙제가 많기로 유명한데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의 변명이다. 일주일에 4시간 정도만 하면 되는 분량이다. 영어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이 정도 시간은 듣기와 말하기를 해야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영어 실력이 잘 늘고 레벨이 빨리 오르는 학생들은 내 주는 숙제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 예컨대 한 단원씩 숙제를 내 줄 때마다 모든 단원을 다 들어버리는 것이다. 교재가 모두 8단원이라면 다른 학생이 8번의 숙제를 하면서 전체를 한 번 들을 동안 8번 듣는 셈이다.

△ 자녀에겐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나

-결혼이 늦어 35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영어로 부모와 의사소통을 한다. 아이 앞에서는 부부가 무조건 영어를 쓰는 덕분인 것 같다. 영어 책을 읽어주고, 영어 비디오나 테이프를 함께 듣는다. 학원이나 과외는 하지 않고 있다.

△ 영어 교육 시작이 너무 이르지 않은가

-영어 공부는 천천히 해도 되지만 영어에 대한 노출은 어릴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도 부모가 늘 영어를 쓰니 받아들이는 속도가 하루하루 다르다. 한국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면서 배우는데 전혀 혼란이 없다.

△ 부모 입장에서 영어 대화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 부모 세대들은 독해와 문제 풀이 위주의 영어를 했기 때문에 말하기를 두려워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편하게 자녀를 키우려 한다. 학원에 보내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영어 대화를 할 수 있다. 굳이 원어민을 찾지 않더라도 부모가 영어를 쓰면 그만큼 자녀의 실력도 빨리 는다. 발음 걱정을 하는데 테이프나 비디오 등을 활용하면 아이들은 부모와 전혀 다른 발음을 하니 아무 문제가 없다.

△ 학교 시험도 중요하지 않은가

-솔직히 학교 시험은 맞춰 준비하는 만큼 점수가 나온다. 이리저리 꼬아놓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외국서 몇 년 살다가 온 학생들도 학교 영어가 쉽다고 공부 안 하면 만점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학교 영어가 달라지지 않으면 대학 졸업하고 말 한 마디 못 하는 현실은 그대로일 것이다. 학교 시험을 구어체로 바꾸면 학원들도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학생들의 실력도 자연히 향상될 것이다. 영어를 영어답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고생을 덜 하고 학부모도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입시학원 갔다가 외국어학원 갔다가 하는 통에 혼란과 손해를 보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 대학입시와 수능시험이라는 벽이 너무 높다

-수능 영어는 문법 대비를 별도로 해야 하지만 글을 읽고 요약하는 능력만 갖추면 크게 어렵지 않다. 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듣기와 말하기 중심 영어로의 전환은 우리 현실상 대학들이 입시를 통해 주도하면 가능한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수능이 등급화해 변별력이 떨어진 가운데 대학들이 서술형 영어 시험이나 영어 면접을 강화하면 영어 교육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 9월부터 토플(TOEFL) 시험이 바뀐다는데

- 지금은 토플이나 토익 점수가 높다고 의사소통 잘 하는 게 아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답이 무엇이냐를 찾는 게 아니라 영어로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묻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읽기에서도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할 것이다. 한 교실에 100여 명씩 앉아서 듣는 수업으로는 준비하기 힘들다. 시험이 스피킹 위주로 바뀌는 건 긍정적인데 음성인식장치의 오차나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 문강명(43) 문깡학원 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영남대 법학과,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중퇴하고 영남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1년부터 학원 강의를 시작해 1996년 문깡학원을 열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분당에 분원을 열었고 올 1월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영어 강사 양성을 위한 학원을 만들었다. 현재 대구에 13개, 분당에 2개, 캐나다에 1개 등 모두 16개의 문깡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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