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약령시는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뿐인 한방특구이자 웰빙로드입니다. 1658년에 개장된 이래 348년 동안 한결같이 허준의 동의보감 정신을 이어온 대구약령시가 시민과 함께 하는 웰빙문화축제로 거듭나는 현장, 지켜봐주십시오."
지난해말, 전국에서 유일한 한방특구로 지정된 대구약령시 보존위원회 이석봉 이사장은 4일부터 8일까지 약전골목 을 포함한 대구시 일원에서 '東醫寶路(동의보로), since 1658'를 주제로 한 한방문화축제를 연다.
이 이사장은 대구시 중구 대구약령시의 한방특구 지정과 함께 변화의 계기를 맞은 한방문화축제를 어른에서부터 어린이까지 다함께 즐길 수 있고, 전통한방문화의 계승에서부터 현대적인 한방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시민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 분주하다.
◆ 대구약령시, '천년의 꿈'을 향하여
'허준의 후손! 한방특구 약령시! 웰컴 투 웰빙로드!'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한방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이 이사장은 대구 약령시가 변화의 한가운데 서있다고 믿고 있다. 그동안 우리 몸에 맞는 전통 한의약, 한의학의 전통을 약 350년간 이어왔기에 재정경제부로부터 한방특구로 지정받은 대구약령시가 시장(마켓)이 요구하고 시민(소비자)이 기대하는 표준화, 현대화, 서비스화를 강화하지 않고는 자손만대로 물려줄 '천년의 꿈'을 꾸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령시의 전통을 영원히 이어나가려면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구약령시에 종사하는 305개 업소들이 전통 한방문화를 계승하려는 의욕을 갖고 있고, 규제도 완화되는 만큼 한방특구의 활성화는 시간문제입니다."
◆ 약령시, 한때 대구 예산 능가하는 번성기
대구약령시는 한방특구로 지정되면서 올초부터 공동약사제도를 도입, 인건비 부담을 대폭 줄였고, 총명사물탕 생맥탕과 같은 기능성식품의 브랜드화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는 한약가공공장도 지을수 있게 됐습니다. 또 기존의 약령시 전승관도 3층에서 5층으로 리모델링하여 풍부한 콘텐츠로 2006년께 재오픈할 것입니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한 이들도 이제는 한결 쉬워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대구약령시는 350년의 전통과 305개의 관련업소가 한곳에 모여있기에 그 자체로써 뚜렷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지닌 문화관광상품이다. 실제로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던 대구약령시는 지금부터 65년전인 1940년에는 17만명의 출시자에 의해 161만원의 거래실적을 올려 당시 대구의 인구와 예산을 능가하는 번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 과거의 영화 되살릴 축제
그런데도 한동안 변화에 눈감고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춰 민.관에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위축됐으나 그 잠재력에 걸맞는 '한방 메카'로 재도약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한방문화축제를 기획한 것이다.
"한방문화를 건강코드와 결부시켜 기존의 전통과 고풍스러운 거리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을 선보일 것입니다."
이번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에서는 동의보감의 5개 강목(내경편, 외형편, 침구편, 탕액편, 잡병편)에 따라 계산동 약령서문(매일신문사쪽)에서부터 남성로 중앙파출소 건너편에 이르는 약전골목을 침구로, 잡병로, 탕액로, 외형로, 내경로를 정하고 각종 거리행사(그래픽 참조)를 준비하고 있다.
침구로에서는 금연침 시술과 한방무료진료(약전골목내 공영주차장), 잡병로에서는 한약종자 무료제공과 건강지압로드, 솔문터널 등이 준비돼있다.
◆ 시민 2005명에게 정성탕 드려요
"개막일인 4일에는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 2005명에게 정성탕을 드립니다. 그동안 약령시를 사랑한 대구시민에 대한 보답인 셈이죠."
이외에도 한방문화축제에서는 조제한약, 한약재 할인판매(10~15%), 어린이를 위한 한방어린이인형극, 신비의 약초찾기, 청년허준선발대회, 한약재썰기, 약령시웰빙홍보단, 약령가요제, 약초심어가져가기, 체질진단과 명상체험코너, 한방팩마사지체험, 한방음식전, 한방떡, 한방비누, 약차시음, 한방약술담기 등이 약전골목을 위주로 동대구역, 엑슨밀라노야외무대, 동아쇼핑, 동성로 등에서 열렸거나 열린다.
지난 26일에 열린 전국 최우량 한약재 선별행사에서 뽑힌 황기, 당귀, 작약 3가지 약재를 청와대로 보내, 우리 한약재의 우수성을 드러내게 된다.
◆ 구름처럼 몰려들던 이들이여 다시오라
대구약령시는 조선 시대 창궐했던 역병에 대한 대처와 약재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1658년 경상감사 임의백(任義伯)이 개설했다. 봄(춘령시) 가을(추령시)에 대구약령시가 열리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만주 러시아 중동 유럽에서까지 약재를 사고팔려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뤘다. 조선시대형 국책사업이어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속에 대구약령시가 열리면 경상감영에서는 오늘날의 임시파출소와 즉결재판소와 같은 기구까지 설치, 질서를 잡아나갔다.
대구약령시가 최초로 개설된 곳은 경상감영 객사 안뜰(현재 대구시 중구 대안동 경북인쇄소 부근)이었으나 1906~1907년대 대구성이 허물어지면서 남성로 일대로 옮겨져 한세기가 흘러갔다.
남성로에서 계산동까지 700여m에 달하는 약전골목 일대는 사실 한방문화와 유통의 메카일 뿐만 아니라 대구의 정신문화와 경제를 주도한 황금지역이기도 해서 문화의 세기, 세방화의 시대에 무궁한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 대구의 정신, 예술문화를 주도한 곳
약령시 주변에서는 민족시인 이상화와 그 형 이상정의 생가를 비롯하여,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빙허 현진건의 출생지, 당대 최고의 시서화가 석재 서병오, 저항시인 이육사, 천재화가 이인성, 동학교주 최제우, 초창기 대구상공회의소를 이끈 서예가 회산 박기돈, 국채보상을 이끈 대구 상업계의 지도자 서상돈, 이역만리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편 우강 송종익 등이 태어났거나 활동했거나 생을 마감했다. 또한 부근에 문화재로 지정된 계산성당, 제일교회 구교회, 영남제일관의 지석, 동산병원선교의료박물관 등 역사적인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한약재의 집산 및 도소매 유통중심지로 가치를 지닌 대구약령시와 이들 인근 문화자원을 엮은 한방, 문화관광투어가 생긴다면 인기만점이겠죠."
이 이사장은 전국 한약재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대구경북의 한방산업활성화를 위해 한약유통공사의 설립과 한약관련 전문양성이 양성된다면 대구약령시가 대구에 황금알을 낳는 굴뚝없는 산업이 될 날도 멀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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