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생산성 높이기

모든 수험생은 공부한 시간과 학습량에 비례해 성적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공부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어떤 과목은 아무리 반복하며 다지고 다져도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약 공부한 만큼 반드시 성과가 있다면 밤을 새워도 행복해 할 수험생이 많을 것이다.

교과서를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문제집을 수없이 풀어 보아도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때, 한없이 피곤하고 힘이 빠지며, 그로 인해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져 결국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교과서를 읽을 때마다, 문제집을 풀 때마다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학습법은 없을까? 생산적인 책읽기란 과연 무엇인가? 입시전문가들과 학습이론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본다.

▶ 왜 실수는 되풀이할까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은 한 번 틀린 문제를 자꾸 틀린다는 것이다. 틀려본 문제라면 더욱 기억에 오래 남아 다음에는 반드시 맞혀야 하는데 이상하게 또 틀리고 만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공부할 때 재미를 느끼지 못한 과목이나 단원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처음에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단원은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도 대충 넘어가기 쉽다. 성적이 잘 오르지 않거나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시간을 투자해 반복만 할 게 아니라 그 과목에 대한 자신의 학습 경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

취약한 단원, 틀린 문제를 되풀이해서 공부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이미 알고 있는 것 외에 달리 짚어보고 생각해 볼 내용은 없는가? 자신의 취약점이나 구체적인 심화 방법을 잘 알 수 없다면 그 단원을 다양하게 적용한 응용 문제나 다른 단원과 관련지은 통합 문제를 풀어보면 내용을 깊이 있게 다질 수 있는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다시 보아도 왜 이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가? 하기 싫기 때문에 다른 것을 다 보고 나중에 보겠다며 계속 미루지는 않았는가? 이런 경우는 만사 제치고 이것부터 뿌리를 뽑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이든 한 번 정성을 들여 이해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셋째, 특정 단원에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는가? 한 단원에서 실수를 했을 경우 그 단원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위축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판단력과 능력을 신뢰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확신이 설 때까지 계속해서 풀어보며 강한 근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

▶ 생산적으로 학습하고 있는가

교과서나 참고서를 공부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빈 공간에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빽빽하게 적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복습할 때 쉽게 요점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고 한 권으로 다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 무엇을 적거나 밑줄을 치고 표시를 할 경우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복습을 할 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학습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쉽다. 책에 많이 적고 다양한 표시를 해 두면 다시 읽을 때 밑줄 친 내용이나 적은 내용 이상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진전시키기도 어렵다. 나아가 밑줄을 치지 않은 부분을 무심히 흘려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두는 것이 좋은가?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다음의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같은 과목 교과서를 두 권씩 준비하게 했다. 한 권에는 수업 중에 마음껏 적어 넣고 표시를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복습할 때 처음에는 그 책으로 공부를 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앞서 적었던 내용을 상기하게 했다. 다음에는 다시 한 번 깨끗한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그 교과 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풀게 했다.

틀렸거나 맞히긴 해도 확실히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 틀리게 된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왜 틀리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 난 다음 다시 한 번 교과서를 읽고 최종적으로 정리를 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 학생들이 그 단원에 대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영어책으로 이 방법을 적용해 보면 그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에는 모르는 단어에 뜻을 적고 한 권은 깨끗하게 비워 둔다. 단어 뜻을 적은 책으로 공부한 후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책을 다시 읽으며 단어의 뜻이 다 생각나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국어나 사회 과목에서 이 방법을 적용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어떤 단원이 반복적으로 틀리는 경우 그냥 문제를 많이 풀어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처음 접하는 자세로 그 단원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천천히 오래 음미해야 한다.

▶ 읽기는 깊이 있게 하고 있는가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는 밑줄을 친다. 여러 색깔의 형광펜으로 보기 좋게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다음에 다시 볼 때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도 그 부분을 쉽게 찾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독서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창의력을 떨어뜨려 깊이 있는 독서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곳곳에서 발표된 바 있다.

밑줄을 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할 경우 다음에 읽을 때는 앞뒤 문맥을 배제한 채 그 부분만 다시 보기 쉽다. 전체적인 이해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처음 읽을 때 놓친 내용을 거듭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글이 주는 느낌 또한 처음에 받았던 그대로 떠오르기 쉽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이는 문학 작품이나 시집 등을 읽을 때 직관력과 상상력을 배양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있게 음미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단순히 반복해서 암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밑줄 긋기나 형광펜 사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각적 효과를 통해 핵심 내용을 눈에 확 들어오게 표시해 두면 단순 반복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예 수업시간부터 형광펜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흔히 보이는데 어떤 과목 어떤 단원인지, 단순 반복이 중요한지 깊이 있는 이해가 중요한지 사전에 따져본 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경우에 형광펜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피상적인 책 읽기 습관을 만들 위험도 있다.

▶ 이해가 먼저냐 암기가 먼저냐

여러 과목 많은 책들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시간 부족을 심각하게 여긴다. 쏟아지는 책들을 모두 읽기도 힘들고, 수도 없는 문제집을 모두 풀기도 힘들다는 생각에 서둘다 보니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먼저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적합한 책을 고른 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해가 쉽지 않다고 암기해 버리려는 학생들이 적잖은데 시간 단축의 측면에서든 기억력의 유지 측면에서든 훨씬 손해다. 인문사회 과목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과목도 내용을 철저하게 이해하면 쉽게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이든 처음 접할 때의 자세가 대부분을 결정한다. 처음에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고 대충 읽게 되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건성으로 넘어가기 쉽다. 특히 수험생들은 진도가 느리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내용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