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봄은 며칠 동안 햇빛만을 키웠다

어깨 넓은 나무와 창 밝은 집도 한 채

하늘엔 연기 한 줄기 단음절로 떠 있고

털갈이 마악 끝낸 부리 연한 새 한 마리

불현듯 피어난 저 경이를 보고 있다

그 시간 형용사처럼 날아가는 나비 한 쌍!

유재영 '저 경이(驚異)'

김상유의 판화 '화개(花開)'를 보고 쓴 시이다.

그림에서 시를 떠올리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것이 시가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창조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서 느낀 다경다감(多景多感)을 간결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봄이 며칠 동안 키운 햇빛이 온 누리에 퍼지면서 화면은 생기로 넘친다.

그리고 털갈이 막 끝낸 부리 연한 새 한 마리가 바라보는 경이에서 삶의 의욕을 느낀다.

더불어 나비 한 쌍이 형용사처럼 떠오르는 정경은 꿈결 같기만 하다.

우리네 팍팍한 삶에 때로 이런 한가로운 때도 있어야 하리라.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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