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국비 받아와도 헛일

민자 확보 안돼 패션어패럴밸리 등 헛바퀴

민간자본을 참여시켜 진행하는 대구시의 각종 산업기반 구축사업이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패션어패럴밸리사업과 중소유통업 공동물류센터 건립사업은 통째로 헛바퀴만 돌고 있고 패션주얼리타운·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 건립사업도 국비와 지방비 확보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반면, 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시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 민자 참여 사업의 남발을 막는 동시에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민자참여 유도보다는 전액 재정지원을 통해 사업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자유치사업에 민자 없다?

패션어패럴밸리사업의 경우, 당초 국비 700억 원에다 민자 2천307억 원을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민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3월 감사원으로부터 사업 전면 재검토 요구를 받았다.

대형 할인점 공세에 시달리는 역내 중소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구시가 대구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과 공동계획한 중소유통업 공동물류센터 건립사업(총 사업비 40억 원)은 국비 12억 원, 시비 16억 원이 확보됐지만 민자(12억 원 계획)가 들어오지 않아 사업이 전혀 추진되지 않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와 경쟁, 어렵게 국비를 따왔는데 민자 확보가 안돼 자칫하면 국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대구 귀금속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패션주얼리타운도 사업비 70억3천만 원에 올해 1차 국비지원분 7억 원이 내려왔으나 민자(당초 30억 원 계획)는 계획의 절반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는 타운 건립 장소를 시내 중심가로 변경,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2배 증가한 150억 원에 이르면서 민자 투입분도 60억 원으로 증가됐는데 민자가 예정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는 국비·시비(147억 원) 확보가 끝나 입주건물까지 마련됐지만 민자(3억 원)는 당초 계획의 절반도 못미치는 1억여 원만 들어온 상태다. 국비를 끌어오면서 민자유치 확약서까지 썼던 대구시는 하반기쯤 센터 개소를 앞두고 계획된 민자규모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자유치 남발이 주 원인

민자유치 사업의 어려움은 그 자체가 남발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엄격한 심사없이 즉흥 결정→ 민자 유치 불발 →사업 추진 지지부진→대구시 공신력 저하→중앙정부 불신으로 재정지원 어려움'이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유통업공동물류센터의 경우, 150여 개 슈퍼마켓 상인들로 구성된 조합 상인들로부터 12억 원의 투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상인들의 영세성을 고려할 때 이는 당초부터 무리한 구상이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총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민자참여분이 너무 많거나 영세한 민간사업자를 파트너로 하는 사업은 민자를 계획만큼 끌어들이기가 어려운데도 불구,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중앙 및 지방정부 재정을 먼저 따오면 민자를 넣겠다는 식의 사업순서도 현재의 어려움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말했다.

민자유치사업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벌여 사업심사를 엄격히 하는 게 필요하다. 최우선 사업에 대해서는 민자비율을 최소화, 국·시비 중심으로 사업비를 마련해 사업진척 속도를 높여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가 추진한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사업의 경우, 551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인데도 사업비 전액을 중앙 및 지방정부 재정 투입으로 진행키로 해 현재 공사진척이 빠르다"며 "사업기본계획이 수립된 뒤 대구상공회의소가 5억 원 민자를 출연키로 하고 경북도가 30억 원 재정을 추가로 넣은 것도 사업이 건실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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