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에서 완패한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가 행정중심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공주'연기지역의 패배 이유로 "땅 값이 오르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땅값이 올라 이득을 본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지만 땅값 덕을 못 본 쪽의 사람들이 등을 돌린 바람에 졌다는 것이다.
◇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23곳 재'보선에서 단 한곳도 승리하지 못한 사실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집권당커녕 심하게 말해서 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고민과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항하기 위해 정동영 통일부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대권주자들을 당에 조기 복귀시키거나 제3의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인물론이 먼저 튀어 나와서 옳은가.
◇ 열린우리당이 패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은 승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집권당의 실정과 박근혜 대표의 지도력이 압승의 요인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런 가운데 파묻혀 있는 '잠재적 패인'을 분석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장차 패배를 부를 요인을 안고 다녔다. 대표적 사례가 영천이다.
◇ 영천은 국회의원'시장 재'보선이 함께 열린 지역이다. 시장 후보는 탄탄한 개인적 기반으로 쉽게 당선될 것이 미리 점쳐졌지만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선거 초반 지지율로 볼 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던 사람을 거의 박근혜 대표 혼자의 힘으로 뒤엎어버린 것이다. '박근혜의 힘'을 확인시킨 '득'은 봤지만 '박근혜의 힘'을 그렇게 마구 써도 좋은가.
◇ 공천이 문제였다. 총선 때도 지역에선 거의 무명에다 연고가 허약한 사람을 공천해 놓고는 "찍어주겠지" 하더니 이번에도 또 "찍어주겠지" 했으니 한나라 정서가 아무리 강한 지역이라 해도 주민들의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주민을 무시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공천을 '개혁 공천'이라 할 것인가. 대구'경북에서 그런 식으로 국회의원 당선된 사람들 과연 잘하고 있는가.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승인 한 가운데 패인은 숨어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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