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위손'

영화 '가위손'의 감독 팀 버튼은 어릴 때부터 매우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소외되어 지냈다. 그의 작품 '가위손'에는 그의 내면이 투영된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지켜볼 수 있다.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날,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옛날 어느 시골 마을 어귀에 으스스한 성이 있었단다. 그 성에는 늙은 발명가가 살고 있었지. 그는 너무 외로워서 사람을 만들었어. 에드워드라는 이름의 이 인조인간은 아직 미완성으로 쇠로 된 가위손을 가졌어. 가위에 긁혀 얼굴은 상처투성이였지. 때가 이르러 발명가는 에드워드에게 완성된 손을 붙여주려고 했지만,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지. 그 후 에드워드는 가위손을 가진 채 혼자 성에 숨어 살았어.

어느 날 마을에 사는 화장품 아줌마가 이 성을 찾아왔어. 그녀는 외로운 에드워드를 가엽게 여기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어. 마음씨 좋은 아저씨, 귀여운 사내 아이, 그리고 예쁜 딸이 사는 집에서 가족처럼 지냈지. 에드워드는 가위손으로 정원수를 아름답게 다듬어주고, 마을의 개와 여자들의 머리 모양을 가위질해 주면서 큰 인기를 누렸지.

에드워드는 또래인 이 집 딸에게 점차 마음이 끌렸어.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 도둑 누명을 쓰고도 그녀를 위해 참았지.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과 다르게 생긴 에드워드를 이상하게 여기고, 온갖 모함을 했어. 끝내 그는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를 가득 안은 채, 성으로 되돌아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대. 지금 내리는 저 눈은 그가 얼음 조각을 하는 파편들이란다."

에드워드가 좌절과 분노를 아름다운 조각으로 승화시킨 눈발이 인간 마을을 탐스럽게 덮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 태어나서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되고, 동떨어진 에드워드는 팀 버튼 감독의 내면세계이기도 하다. 마음속의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예술 작품 '가위손'으로 거듭난 것이다.

진료실에 중년 신사가 찾아왔다. 회사 사장인 그는 모임에 가면 항상 위축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려고 하면,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져 난처하다는 것이다. 엄한 아버지의 장남인 그는 동생들보다 못하다고 항상 야단을 맞으며 자랐다. 사회에서 성공한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비난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대인 불안을 겪고 있었다.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 앞에 가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충분히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같은 두려움을 가진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정신 분석가들은 '어른 속에 아이가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사람은 과거의 행동 양식을 반복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렸을 때, 놀림을 받았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굴욕의 순간들이 저장되어 있어서, 이 기억들은 마치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는 것처럼, 수시로 떠올라 현재의 행동을 지배한다. 마음속의 어린 아이와 이 아이를 꾸짖는 어른의 대립이 바로 갈등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성장을 멈추어 버린 마음속의 아이에게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정신분석치료이다. 성숙한 어른의 시각으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갖게 하여 불안을 극복하게 한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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