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52·여)씨는 몇년 전만 해도 아픈게 남의 일만 같았다. 다른건 몰라도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했기 때문이다. 평소 워낙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부녀회나 여성회 대표를 도맡아 활동했던 그녀였다. 그 뿐인가. 수영, 볼링, 등산 등 또래 여성들이 즐기는 웬만한 운동은 빠짐없이 섭렵하는 열혈여성이었다.
그렇기에 마흔아홉 끝자락에 찾아온 통증이 좀체 믿기지 않는다. "애들 웬만큼 키우고 남들처럼 마음 편하게 놀러다닐 나이에 아파서 꼼짝을 못하니 너무 속상해요." 한편으론 억울함이 북받쳐 올라 괜스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씨의 몸은 3년 전부터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온 골다공증에 행여나 좋을까 싶어 시작한 만보 걷기가 발단이 되었다.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무리를 했는지 무릎에 탈이 생겼다. 뭔가 찜찜한 느낌에 병원을 찾으니 벌써 퇴행성 관절염 중기. '나이 오십도 안돼 무슨 퇴행성 관절염이냐"라며 믿는둥 마는둥 한 김씨는 그저 안이하게 넘겨버렸다. 하지만 무릎은 나날이 퉁퉁 부어갔다.
어떨 때는 걷지 못할 정도로 무릎이 욱신 쑤셨다. 그제서야 병의 심각성을 깨달은 김씨는 외과, 신경외과, 통증클리닉 등 웬만큼 이름난 곳은 줄기차게 찾아다니는가 하면 찜질이나 감자 갈아서 붙이기 등 관절염에 좋다는 방법은 닥치는 대로 시도해보았다.
이렇게 김씨가 1년 넘게 아픈 무릎과 씨름하는 동안 또 다른 병마가 고개를 들었다. 무릎을 제대로 못 쓰는 사이 통증이 허리로 번진 것. 바로 허리 디스크였다. 하지만 병원에선 디스크가 더 심해져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할 뿐 뾰족한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 한 번씩 아프면 근육주사를 놓는게 고작이었다. 김씨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녘이 되면 잠에서 깰 만큼 허리 통증이 심한데 별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김씨는 "푹신한 거실 소파에서 자면 제대로 잘 수 있다"라며 자기만의 비법을 터득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낮에는 무릎이 아파 잘 움직이질 못하고 밤에는 허리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김씨.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다보니 요즘 살 맛이 나질 않는단다. 김씨는 "자연스레 삶의 의욕은 떨어지고 즐거움도 잘 못 느껴요"라고 호소한다. 통증 초창기에는 대구 시내 병원을 쇼핑하다시피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별 진전이 없다보니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김씨는 나이만큼이나 짙어진 통증에 지쳐 버렸는지 연신 한숨만 푹푹 내쉰다.
◆전문가 진단
김영자씨는 몸통 자체가 오른쪽(시계 방향)으로 회전되어있다. 이와 함께 오른쪽 대퇴골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보다 많이 돌아감으로써 오른쪽 무릎에 상당한 무리를 가해 통증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S자 곡선인 척추는 I자형으로 변형되어 있고 척추와 골반이 앞으로 밀려나와 있는 상태다. 이런 변형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경우 디스크 증세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이혜영 운동사가 김영자씨에게 몸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