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에게 행복을' 생태 유아교육 확산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부모가 강요하는 '특별한 아이', '능력 있는 아이'보다는 아이들을 자연속에서 뛰놀게 해 잃어버린 인성과 감성을 되찾아 주자는 캠페인이다.

대구의 유치원 및 어린이 집 원장, 대학 관련학과 교수 등 278명이 참여하고 있는 '행복한 아이' 모임은 아이들을 지식만 강요하는 틀 속에서 벗어나게 해 엄마의 사랑과 사회의 행복을 주자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행복 운동'은 2003년 10월 대학 교수, 유치원 및 어린이 집 원장 등 153명이 '대구생태유아협의회'를 창립하면서 본격화했다.

# 행복한 아이들 1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산격동 수도산 인근의 대원유치원. 이곳 아이들의 얼굴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하루 5시간의 유치원 생활 중 2시간을 꼬박 '바깥'에서 보내는 이곳 아이들. 흙, 햇빛, 물, 풀, 바람들과 함께 뛰놀며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에겐 '자연'이 학습 교재이자 장난감인 셈.

수도산 숲 속. 비둘기반 7세 또래 24명이 4명씩 팀을 나눠 '리더놀이'를 하고 있었다. 지윤(여), 동승, 채은(여), 윤재가 팀을 이뤘다. 리더인 지윤이가 맨 앞에 섰고, 그 뒤를 안대를 낀 친구들이 따르고 있었다.

"앞에 돌이 있어. 웅덩이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나무 그루터기가 보이니까 돌아갈게." 팀은 20m를 걸어 무사히 언덕 위 목표 장소에 도착했고,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놀이에 푹 빠져들었다. 신성희 원감은 "친구 간의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놀이"라고 했다.

바로 옆에는 기범(7)이와 친구 민아(여)가 자원봉사를 나온 할아버지(최이한'78), 할머니(박계연'74)와 함께 청진기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기범아, 무슨 소리가 들려." "할아버지, 나무가 '꼬르르꼬르르' 해요." "그래, 나무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지." "할머니, 소나무가 숨을 쉬어요." "민아야 너도 들어봐."

같은 시각, 유치원 내 흙 놀이터. 성욱이는 흙투성이 모습으로 마냥 즐거워 했다. 흙에 물을 뿌리고, 고사리 손으로 토닥거려 제법 멋진 성을 쌓았다.

솔방울과 나뭇가지로 글자를 만드는 아이,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은 뒤 자신의 이름표를 다는 아이, 닭과 토끼들에게 모이를 주는 꼬마, 뽀얀 먼지를 흩날리며 공을 차는 녀석들. 그리고 쉴 새 없이 재잘재잘, 까르르까르르.

서태옥 원장은 "아이들은 교실 바깥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행복한 아이들 2

대구 달서구 계명대 기숙사 뒤편 마을 숲을 낀 자연생태어린이집. 4~7세의 꼬마들은 요즘 고구마 키우기에 열중이다.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물통 속 고구마마다 새싹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버들반 솔영(7'여)이의 고구마 일기.

"고구마와 첫 만남. 미끌미끌, 부드러워요. 뚱뚱하기도 하고, 귀여워요." 다래반 광민(5)이는 관찰일기에 "고구마가 길쭉하다. 고구마를 물에 넣어두니까 할아버지 수염처럼 뿌리가 났다"고 적어놨다.

아이들은 산과 함께 살며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모습에 신기해 하고, 교실 창 밖 대나무 숲에 모여드는 새 소리도 듣는다. 또 매일 한 차례 뒷산으로 산책도 나가 개울을 건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 교실 수업 짬짬이 선생님들에게 장구와 꽹과리도 배운다. 그래서 사물놀이 한 팀은 거뜬히 만들어 낸다.

어린이 집과 맞닿은 미니농장에는 닭과 토끼 친구들만 30마리다. 텃밭에 자라는 복숭아, 살구, 감, 대추, 앵두, 산딸기 등도 아이들에겐 친구다. 배경란 원장은 "매일 자연이 교실 속으로 들어와 놀다 간다"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연을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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