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수 마구 교체 '대구는 은행나무 도시'

'컬러풀(colorful) 대구가 아니라 옐로우(yellow) 대구….'

대구지역 각 기초자치단체가 대대적으로 가로수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민들은 "멀쩡한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는 예산 낭비"라며 비난하고 있다.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가로수는 '교체'보다는 '관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남구청은 사업비 1억3천여만 원을 들여 대명남로 1㎞ 구간에 210여 그루의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은행나무로 바꾸고 있다. 달서구청은 1억3천여만 원을 들여 성서IC~성서 대구은행 1㎞ 구간의 히말라야시더(210그루)를 은행나무로 교체 중이며, 서구청도 큰장길네거리~비산네거리 구간 은단풍나무 500여 그루를 은행나무로 교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각 구청은 거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가로수종을 '통일'할 필요가 있으며, 그 중 쓸 만한 나무는 재활용하고 노화되거나 생육이 불량한 가로수는 베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한결같이 은행나무로 바꾸고 있는 것. 한 구청 관계자는 "은행나무는 병충해·공해에 강해 관리가 쉬운데다 모두 같은 수종으로 통일하면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일부 구청에서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의 기호(?)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임학과의 한 교수는 "보기 좋게 하기 위해 가로수를 통일하는 것은 오히려 도심을 획일적으로 만들 수 있고, 새 나무를 심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가로수를 잘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예산도 덜 든다"며 "최소 10, 20년 정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왜 가로수가 쉽게 노화되는지 진단하고 분석한 후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된 가로수'가 보기에 더 낫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각 지역의 토양에 맞는 '다양한' 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 생명의 숲 백승기 사무국장은 "각 지자체가 가로수를 바꾸기에 앞서 시민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이런 문제와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국장은 또 "은행나무의 경우 공해에 강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여름철이 긴 대구 도심에 그늘을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가로수 교체는 전봇대, 간판 등의 지장물이나 보도 폭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적합한 수종을 선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구체적이고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성구·동구는 올해 가로수 교체 계획이 없으며 중구청은 사업비 7천만 원을 들여 국채보상로 구간에 불규칙하게 혼식된 은단풍,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를 대왕참나무와 느티나무로 바꿨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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