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말해왔던 농업위기론이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들리기도 했던 것은 다행히도 아직은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은 까닭일 수도 있다.
지난 3개월간 틈나는 대로 도내 영농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곳곳마다 피할 수 없는 농업 개방화에 따른 우려, 영농규모의 영세성, 농업인의 고령화, 과도한 농가부채 문제 등으로 어느 작목을 어떻게 경작해야 할지 영농계획 수립마저 어렵다는 우리농업의 현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농업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과 자생력을 위한 노력과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겨 놓았을까 ?'라는 책의 내용처럼 변화와 위기를 맞아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그 변화에 당당히 맞서 성공을 쟁취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 농업은 어느편에 해당될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값싼 칠레산 농·축산물 판촉에 나서는 것을 접한 농업인들은 섭섭함을 금할 길 없지만 개별기업의 자유로운 판매행위를 현실적·논리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 농업과 농촌, 농업인을 살리고 외국산에 대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물의 자생력 확보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우리농산물은 국제경쟁력이 낮으므로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국제경쟁력보다는 자생력 확보가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자생력을 갖춘 농업은 자주적이고 영속적이기에 수입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으며 도·농간 균형소득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가격이 수입농산물의 2배 수준이라도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하면 우리농산물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하루 빨리 산지 유통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내부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업인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자발적 능동적으로 공동선별, 표준화, 등급화, 국내농산물의 소비촉진전략 등의 과제를 구체화하고 실천함이 필요하다.
현재 농협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호응도가 높은 연합마케팅 사업이 좋은 예이다
21세기는 분명 농업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경매위주의 도매방식이 쇠퇴하고, 대형소매점과 인터넷 판매가 시장을 지배하는 소비자 중심으로 축이 이동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농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생존하려면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토론회나 설문조사를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생산농산물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시기와 모양이 달라지고 첨단과학이 부가되면 가격은 생산자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생각만 조금 바꾸면 우리 농업의 전망을 오히려 밝게 볼 수도 있다.
우리 농업의 위협으로만 느껴지던 중국도 장기적으로 볼 때 고급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의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일본의 소비자를 바로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에도 아이디어를 심어보자 ! 농협경북지역본부 본부장 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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