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묻혀주마 충직한 개처럼 살았으니

죽음의 핏방울도 그렇게 뿌려주마

나란히 청동보검의 녹빛으로 썩어질 몸

나머지의 여생도 내 것이 아닐 바엔

차라리 빛나는 수의를 걸치고

장엄한 노래에 묻혀 뜬눈으로 죽어주마

동강난 헌 칼처럼 쓰러져 뒹굴어도

뼈마디 마디마디 꺾여 울진 않겠노라

한 마리 준마와 함께 서서 잠들 내 영혼

이달균 '순장(殉葬)'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설득력과 함께 강인한 자존의식을 읽는다.

결코 순장을 마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항거의 어법에서 삶을 올곧게 살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가 가감 없이 표출되고 있다.

뜬눈으로 죽겠다, 뼈마디 마디마디가 다 꺾여도 울지 않겠노라 하면서 굳이 준마와 함께 서서 잠들겠노라고 노래한다.

우직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종국에 가서는 나머지의 여생마저 온전히 내 것이 되기를 간절히 희구하는 듯이 보인다.

혼돈과 불의가 난무하는 삶에 한 줄기 섬광과 같은, 역설의 미학이 눈길을 끈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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