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서구식 수술과 한방식 회복을 기본 축으로 80년대에는 홍콩과 가까운 심천과 광동성 개발, 90년대에는 상하이 푸동 지구의 신화를 창조했다. 2000년대 들어 50년 계획에 입각한 서부개발을 중심으로 전역에서 파고 헤치고 새로 고치는 리모델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대변혁을 이루고 있는 중국은 세계 제조업 총생산액의 5.32%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제4위의 제조업국가가 되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이미 450여 개(2004년 기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13억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다. 무역협회에 의하면 세계 1위 기록품목은 중국이 787개로서 미국의 884개(2002년 기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수입은 4천128억4천만 달러(2003년 기준)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대 중국 흑자규모는 201억9천300만 달러(2004년 기준)로 우리나라 전체 흑자의 68.6%를 점유했다. 그런데 그 내역을 살펴보면 소비재 6.1%, 자본재 52.6%, 원부자재 41.3% 등이다. 13억 인구가 있는 중국에 소비재는 적게 팔고 주로 원부자재 및 자본재를 팔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주로 자본재 및 원부자재를 수입했다. 2004년 기준 소비재 5.1%, 자본재 58.2%, 원부자재 36.7% 비율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244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가 열심히 벌어서 일본에 갖다 바치는 형국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대 중국 흑자기조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기술력 격차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임을 알 수 있다. 2004년 한-중 기술격차가 3.8년으로 줄어들었다는 산업은행 발표에 이어, 과학기술부가 99개 핵심기술의 한-중 기술격차가 2.1년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 한국의 발밑에 이르렀다는 특급 경보다. 이것을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
중국기업을 임금으로 이길 수 없고 규모의 경제로도 이길 수 없는데 기술력까지 밀리면 무슨 수로 살아남겠는가? 따라서 우리의 산업 공동화를 피하고 지속적인 무역흑자 기조를 견지하기 위해 국내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국민적 노력을 경주하고 생산과 마케팅은 중국에서 이루는 방향으로 전력투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우리와의 기술력 격차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다. 중국의 베이징 서북쪽에 위치한 과학기술산업단지(Science Park) 중관춘(中關村)을 보자. IT산업뿐 아니라 신소재, 광(光)산업을 비롯한 첨단기술별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10년 동안 2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관춘 내 8㎞나 뻗쳐 있는 전자상가에는 9천여 입주업체가 있고 그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북경대, 청화대 등 73개 대학과 232개 연구소 그리고 여기에 종사하는 40만 명의 고급두뇌들이 산학협동 기치 아래 중관춘을 연구개발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선진기술을 돈으로 사서라도 확보한다는 중국정부의 전략이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해 한국 인수 합병(M&A)시장에도 황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대학들은 산업단지들과 동떨어져 있다. 대학 주변에 늘어서 있는 수많은 고시원에는 전공에 상관 없이 수만 명의 고시생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서울대학은 수의학과 이외의 모든 학과에서 고시합격생을 냈다고 한다. 이공계 정원이 미달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봤을 때 어떻게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계속 견지해 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북경 중관춘과 우리의 고시원은 기술전쟁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과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는 가마우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일본 의존도가 높았다. 우리 경제는 자본은 물론 기계, 원자재, 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하여 조립한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조립경제의 성격을 가졌다. 이런 구조 하에서 우리 기업들은 수출을 해도 이자, 기술료, 기계 값, 원자재와 부품대금 등 많은 이익을 일본에 빼앗겼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목이 묶여 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고 계속 어부에게 갖다 주는 가마우지에 비유된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을 가마우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지식축적과 대대적인 첨단산업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의 기술, 기계, 원자재,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절대적 수준으로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가마우지 전략은 후손들에게 많은 먹을거리를 물려줄 것이다.
박상태(한신평정보주식회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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