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신문의 '대졸자 출신 한국인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해 오고 있다'는 기사가 소개됐다. 학원을 꾸리며 비교적 형편이 괜찮았던 40대 중년 가장이 미국 닭 공장에서 시간당 7달러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변신한 과정을 사례로 들었다. 해고 근로자 출신으로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40대가 에어컨 수리 기술 견습생으로 모습을 바꾼 사례도 소개됐다.
◇ 한국에서 일요일이면 테니스를 치거나 가족과 함께 야외 나들이를 다니던 중산층이 작업복과 고무장화를 신은 채 도살용 칼을 들고 닭 날개를 떼어내는 일을 한다고 이들의 미국 생활을 소개했다. 물론 이민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결정이었다. 한국보다 나은 아이들 교육과 더 좋은 직장을 얻을 기회를 찾아 이민을 결정했다는 이들은 힘든 미국 생활에서 그래도 미래의 가능성을 찾는다고 한다.
◇ 국무조정실 저출산대책기획단이 3일 저출산대책의 하나로 이민 수용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인 유입안, 재중'재러시아 동포유입안, 남북한 통일 상황 하의 북한 주민 유입안등 3가지 이민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야기되는 노동력과 세금 국민연금 등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설명이 덧붙여졌다. 노동력 보완을 위해 근로자 본인만 받아들이는 방안은 결국 국내 수익금의 본국 송금으로 국부 유출이 우려돼 이민을 허용하는 방안이 오히려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 기획단 측은 이중 재중 재러시아 동포를 받아들이는 안을 가장 실효성이 높은 안으로 꼽고 있다. 제3국 노동자와 달리 순혈주의를 유지할 수 있어 문화적 갈등이 가장 적다는 장점이 소개됐다. 동남아 지역의 가족 단위 이민도 노동력 보완이나 출산율 높이기에 도움이 되지만 인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고, 북한 주민 유입안은 북한의 인구 상황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한국으로 이민을 오는 건 모두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가족의 향상된 삶을 위해 낯선 땅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외적 환경 변화가 곧바로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 나은 삶의 기본은 결국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서 출발한다. 5월 가정의 달 초입에 발표된 정부의 이민 정책 검토가 어색하다.
서영관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