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풍수지탄(風樹之嘆)

지난해 영국문화협회가 비영어권 102개 국가의 국민 4만여명에게 70개의 영어 단어를 제시한뒤 좋아하는 단어를 고르도록 했더니 1순위가 '어머니(mother)'로 나타났다.

어머니 또는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찌르르해지고 눈물이 핑글 돈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식문제로 속 끓일 때, 세상사로 등이 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존재가 부모다. 어떤 말도 비틀어 듣지 않고, 누가 뭐래도 '내 편'이 되어 준다.

TV 속 한 베트남인 아버지가 "소의 마지막 뼈를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를 시키겠다"고 말한다. 아마 우리네 부모들은 한 수 더 떠 "내 마지막 뼈를 팔아서라도'''"라고 말할 것이다. 식구들이 맛없어 하는 반찬만 골라 먹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걸 타는 논에 물들어가는 것보다 더 기뻐하는 그들, 곤히 잠든 자식들 이마를 짚고 기도하며, 대문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자식을 기다리는 '의문지망(依門之望)'의 마음'''. 부모는 '누구도 이를 수 없는 바다가슴'(김후란 시 '어머니' 중)을 지녔다. '그냥 마당 한 쪽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자식의 전 인생을 굽어보면서 그늘을 만들고 때로는 바람을 막아주고 맑은 산소를 만들어 주면서 서있다'(김이연 수필 '유채꽃은 내년에도 피겠지요' 중).

저 세상의 부모를 단 1분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겠노라고 어떤 이가 말했다. 부모가 자식을 가슴에 묻듯 부모를 가슴에 묻고 사는 자식들도 많다. '굽은 나무가 선산지킨다'고, 떠들썩하게 성공한 자식보다 좀 못난 자식이 오히려 효성스러운 건 또 무슨 이치일까.

효도에도 때가 있는 법임을 옛사람들로부터 배운다.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리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공자의 제자들 중 이 '풍수지탄(風樹之嘆)'을 듣고 부모봉양을 위해 귀향한 자가 열에 세 명은 됐다 한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어머니', 가장 아름다운 남자는 '아버지'이다. 그러기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한마디는 바로 이것 '내일이면 늦으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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