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슴시리게 붉은 황매산

암릉산행의 스릴과 붉은 낙원 철쭉밭. 황매산은 두 가지 산행 맛을 한꺼번에 느끼기에 딱 맞는 코스다.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다. 암릉산행 만으로도, 철쭉을 찾는 산행만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올해 봄꽃은 꽃샘추위로 늦게 시작해 이른 더위로 일찍 마감하는 편이다. 5월 중순이 제철인 철쭉도 벌써부터 꽃잎을 내밀었다. 4월 29일 미리 가본 황매산 정상은 온통 철쭉 꽃봉오리가 물을 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황매산 철쭉은 8일이 절정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때마침 황매산철쭉제(문의 055-930-4151)도 열린다.

산행코스는 모산재식당 앞 주차장-황포돗대바위-철계단-무지개터-모산재-철쭉군락지-모산재-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지-모산재식당. 쉬엄쉬엄 4시간이 걸린다. 모산재식당~황포돗대바위~모산재 정상 구간은 암릉산행의 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내내 오른쪽으로 모산재의 수직바위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더 재미있다. 바위를 타는 구간을 포함해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내려오는 길로는 적당하지 않다.

두 가지 산행 맛을 즐기기 위한 출발점은 합천댐 쪽. 댐에서 2㎞ 정도 가면 대병이다. 왼쪽으로 황매산 군립공원 표지판이 있다. 이곳서 7㎞. 처음 만나는 주차장을 지나 바람흔적미술관이 있는 쪽으로 더 들어가면 왼쪽에 모산재식당이 있다. 식당 옆 주차장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르면 된다. 영암사지 직전에 왼쪽 산길을 오르면 황포돗대바위 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

10분쯤 소나무 숲길을 오르면 전망이 트이고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오를수록 바위는 웅장해지고 경치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바위 위는 온통 반짝이는 모래를 뿌려놓은 듯 미끄럽다.

앞쪽의 암릉이나 수직바위에만 신경쓰다 보면 몇 가지 경치를 놓칠 수 있다. 눈앞 바위틈에 뿌리내린 철쭉이 신비롭다. 20㎝ 남짓 키에 불과한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식물원의 분재로도 이처럼 경이로운 모습을 담아내지를 못한다. 때때로 뒤돌아보면 발 아래 풍경도 만만찮다. 계단식 논밭이 강원도 산골마을 같다.

철쭉 군락지는 모산재에서 황매산 정상 쪽으로 25분 정도 더 산행을 해야 한다. 내리막 한 번, 오르막 한 번이면 닿지만 녹록하게 볼 수 없다. 이미 모산재를 오르느라 힘을 쓴 상태다. 그래도 길 옆으로 제법 많은 철쭉들이 꽃을 피웠다. 가끔씩 마주치는 흰 철쭉도 반갑다.

오르막을 올라 나무그늘이 없어질 무렵이면 철쭉 군락지다. 이때(4월 29일)에는 꽃망울이 제법 제색깔을 내고 있었다. 산 능선 전체가 불그스레 물들고 있는 상태. 양지바른 곳은 이미 많은 꽃들이 색깔을 내고 있었다. 꽃망울들은 이번 주말쯤 이곳을 분홍빛 물결로 뒤덮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한바탕 난리굿판을 벌이는 철쭉의 향연을 볼 수 있다. 큰 나무 하나 없이 산 능선 전체가 분홍빛이라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철쭉들이 제 색깔을 낼 때쯤 산 전체가 선홍빛이어도 좋겠지만 은은하게 분홍빛이 도는 이맘때의 황매산도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산 아래 철쭉을 보고 미리 산을 오른 사람들도 사진찍기에 바빴다.

능선 위쪽까지 철쭉의 잔치는 계속된다. 하지만 황매산의 철쭉은 이곳뿐만 아니다. 황매봉을 오르는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또 하나의 철쭉바다다. 시간을 내서 오를 만하다.

◇교통'먹을거리=합천시내를 통해 황매산으로 들어갔다면 하산해서 대구로 돌아오는 길은 달리할 만하다. 합천호를 끼고 도는 꼬불꼬불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황매산 입구인 대병으로 되돌아 나와 삼거리서 합천댐 쪽으로 우회전하지 말고 거창'봉산 쪽으로 직진한다. 대병에서 봉산대교까지 25㎞로 산행의 피로를 잊기에도 그만이다. 봉산대교 10㎞ 전에 삼거리서 우회전해야 한다. 봉산대교를 건너 우회전해 고령까지 국도를 이용하고 고령에서 88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대병에서 회양관광지는 금방이고 조금 더 가면 왼쪽에 고가송주식당(055-933-7225)이 있다. 송씨 집안의 전통주인 '고가송주'를 살아있는 맛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솔잎과 쑥을 재료로 해 향기가 독특하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드는 두부와 묵채도 별미다. 합천의 맛인 토종 흑돼지는 황매산 등산 초입 식당과 회양관광지내 식당 등에서 맛볼 수 있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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