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지와 성진이 엄마가 돌아왔어요!"

"태국에서 엄마가 돌아왔어요." 5년 동안 사립 문 밖을 서성이며 태국 고향으로 간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던(본지 2월21일자 보도) 은지(9.여)와 성진(8)이는 요즘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경북 봉화 산골마을에서 코시안이라는 설움을 겪으며 할머니 품에서 자라던 은지와 성진이가 지난달 꿈 속에도 그리던 엄마를 만났다.

3일 낮.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은지와 성진이는 현관 문을 박차고 들어서며 "엄마" 부터 불렀다. 남매는 엄마의 머리를 쓰다 듬고, 얼굴도 만져 보고, 뽀뽀도 하며 잠시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간 훌쩍 커 버린 남매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망울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은지야, 성진아, 이젠 너희곁을 지켜줄게."

지난 2월 취재 당시 아예 자기방에 들어가 입을 닫았던 성진이도 얼굴이 밝아졌다. 장난감 조립도 하고, 기자에게 장난도 걸어왔다. 엄마도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태국에 데려간 남매의 두 동생이 아파 병원에 다닐 때는 한국에 두고 온 남매가 눈에 밟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어요. 잘 놀고 있는지, 몸은 아픈 곳이 없는 지 잠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어요."

엄마는 "한국생활에 적응을 못해 결국 애들만 고생 시켰다"며 눈물을 보였다. "떠날 때 3개월 만에 돌아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돈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긴세월이 흘렀어요. 지난 달 남편이 찾아온다는 전화를 받고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했어요."

은지 아빠 김남원(45)씨 역시 출근 길이 가볍다. "애들 엄마가 돌아와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어요." "이번 어린이날에는 읍내에 가족 나들이를 할 계획"이라고 밝게 말했다. 할머니는 "며느리가 돌아와 집안이 떠들썩 하다"며 "며느리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살펴 주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돌아왔지만 또 다른 아픔이 생겼다. 5년 전 임신 중이었던 엄마가 태국으로 떠날 당시 데리고 간 성수(6)와 태국에서 낳은 막내 뻬롱(5)의 불법 체류 및 국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태국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날이 빨리 왔으면 해요."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 : 은지(오른쪽), 성진이 남매가 5년만에 태국에서 돌아온 엄마 품에 앉겨 재롱을 떨고 있다.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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