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180여 평 규모의 지하 벙커가 발견됐다.
서울시는 5일 "여의도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현지조사를 하다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아래에서 180여 평 규모의 지하 벙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진호 시 교통개선추진단장은 "평소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가 있어 공동구(상·하수도와 전화 케이블 등이 매설된 지하터널)로 생각했는데 시설 관리자도 없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내시경을 넣어본 결과 벙커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벙커는 출구가 3곳에 160평 규모의 큰 방과 20평 크기 작은 방 등 방 2개로 구성돼 있으며 화장실 2곳과 샤워 시설도 갖추고 있다.
3개의 출입구는 여의대로 중앙화단과 도로변 화단에 설치됐는데 나무판자 등으로 가려져 있는 상태다.
큰 방에는 지휘대가 있었고 작은 방에는 2∼5인용 소파가 3개 있어 VIP시설로 추정된다.
시는 이 시설이 서울시 지하시설물 도면 등에 기록돼 있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여의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때 대통령 등 요인들의 유사시 대피용 방공호로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신현돈 대변인은 "군이 관리한 시설이라면 수도방위사령부 담당일 텐데 수방사 쪽을 확인해봐도 관련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군 관리 시설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 최 단장은 "환승센터를 지으면서 편의시설로 활용할 만한 공간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환승센터 자리 바로 아래에서 벙커가 발견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있는 화장실 등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교통카드판매소와 매점 등을 만들어 환승센터 이용 시민들의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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