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위를 나는 근심의 새를 막을 순 없지만 둥지를 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
월간 '책 읽는 사람들'의 김호운(金浩運·55·의성) 발행인이 우연히 읽은 글이다.
무릎을 쳤다.
'그래 근심이란 당연히 오는 거야. 붙들지 않으면 돼. 어려움과 병도 친구로 삼아 함께 지내되 지지 않으면 될 뿐….'
서울 강남구 양재2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뿐이다.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향기롭기도 하다.
그는 책 속에 묻혀 사는 삶이 행복하다.
책을 읽으면 사람을 존중하게 되고, 자연과 사회를 보는 눈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
'자녀 독서지도법'을 묻자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히라"고 했다.
부모가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잡지든 게임책이든 상관없다.
만화도 괜찮다.
언젠간 스스로 만화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반드시 어른이 같이 읽어야 한다.
읽고 난 다음 자녀와 책 얘기를 재미있게 나눈다.
자녀가 잘못 이해했다고 가르치려해서는 안된다.
자녀가 이해한 것이 옳다.
독서량이 쌓이면 자녀는 스스로 길을 찾는다.
책을 통해 천재가 아니라 사람이 될 뿐이다.
그리고 자녀는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인생을 살아간다.
김씨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신문배달이 계기다.
의성군 금성면 시골에는 당시 책이 많지 않았다.
대신 매일신문을 배달하며 읽었다.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웠다.
철도전문대학을 1기로 졸업한 그의 첫 직장은 철도청. 9년여간 근무하며 동대구역 부역장도 지냈다.
그러나 만족할 수 없었다.
'꿈' 때문이었다.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유리벽 저편'으로 신인상을 받자 주저않고 직장을 던졌다.
그러나 치기였다.
불면증도 왔다.
몇 년을 방황하다가 계몽사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보고 싶은 책을 실컷 읽고 쓰고 출판했다.
빨치산 토벌군을 주제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적은 소설 '황토'는 6만 부 넘게 팔렸다.
창작집 '무지개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는 민정당사를 점거했던 한 대학생이 데모 진압용 물대포 속에 선 무지개를 쳐다보다 경찰에 붙잡힌 '작은 사건'을 서술했다.
그 극렬한 싸움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가진 젊은 대학생에게서 감명을 받았다.
계몽사에서 동화책을 100여권 기획 출판한 그는 "30대 초반까지 연령대는 제가 기획한 동화책을 읽고 자랐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꿈과 희망을 만드는 월간지-책읽는사람들'에서 그는 발행인이자 기자, 사진기자는 물론 사환 역까지 한다.
80여 종의 책도 출판했다.
베스트셀러도 몇 년 지나면 절판돼 서점에서조차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를 출판하고자 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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