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의 가르침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이 금과옥조 같은 가르침은 착하고 어진 일을 하되 은밀하게 해야 값지다는 말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과연 어떠했는가. 은밀한 베풂보다는 끝없는 욕심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며, 싸움으로 점철되기도 했다. '의인(義人) 열 명이 없어 멸망했다'는 소돔과 고모라의 일화도 욕심을 경계하라는 교훈이었고, 불교의 '적멸(寂滅)'이나 '열반(涅槃)'도 모든 욕심의 소멸 경지를 말하고 있다.
◇ 하지만 욕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날이 갈수록 개인 이기주의가 심해지는 게 오늘의 세태다. 욕심을 버리고 착하고 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인정 넘쳐 살만한 곳이 되겠지만,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심지어 가정도 그런 분위기가 예외가 아닌 세상이지 않은가.
◇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농협 효행상' 올해 대상 수상자와 정부가 선정한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에 대한 미담은 삭막한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농협 효행상을 받게 된 충북 청원의 김영옥(40)씨는 우유 배달로 생계를 꾸리는 어려운 형편에도 중풍'하반신 마비'치매로 고생하는 시어머니와 5급 장애인인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셔 온 경우다.
◇ 장한 어버이상의 정문주(76'울산)씨는 45년 전부터 지병(종양)을 앓고 있는 부인의 병수발을 정성껏 하면서도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난과 병마가 오히려 가족을 더욱 결속시킨 경우'로 주위의 칭송도 자자한 모양이다. 정씨의 이 같은 사랑의 실천은 눈물겹기 이를 데 없다. 얼마 전까지 노동일로 병원비를 댔고, 지금은 노년에도 농사일로 위장 질환까지 겹친 부인을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고 한다.
◇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마음을 낮추고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김씨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려 여러 단체의 시상을 거절해 왔으며, 이번에도 농협 측의 간곡한 설득에 못 이겨 수상하게 됐다. 정씨 또한 부인을 더 잘 돌보지 못하는 점을 늘 안타까워한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말이다. '부잣집 눈물 나고 가난한 집 웃음 난다'는 옛말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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