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인물 60여 명을 다시 불러내 그들의 삶에 뼈와 살을 붙여 일상 이야기로 재구성한 책이다. 시인인 저자는 10여 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 등 조선왕조 정사와 야사에서 교훈적이고 가치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책으로 엮은 것.
유교가 통치 이데올로기였던 조선시대는 성도덕이 엄격했던 시절이었지만 '애꾸눈 부인' 같은 사람도 있었다. 남의라는 사내의 아내는 첫 남편이 죽자 승려들과 정을 통하고 둘째 남편을 맞이했지만 그후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이 간통을 일삼았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아낙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굉의 아내, 재신의 딸 이예순, 안여눌의 아내 등이 그런 사례.
또 오늘날과 같은 성범죄도 빈발했다. 1716년 강화도에서는 여인이 정부와 모의해 남편을 살인한 사건이 있었고, 1732년 장단 부사의 아들이 아전의 딸을 강간했는가 하면 1762년 포교가 민가에 난입해 유부녀를 강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근친상간까지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조선시대에도 성범죄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늘날에까지 깨우침을 주는 인물들도 있다. 한 노인이 정조 임금에게 수박 한 소반을 바쳤지만 청렴결백한 정조가 그 수박조차 거절했다는 이야기, 평생 지조와 절개를 목숨같이 여기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선비 권산해, 일개 어부이자 병졸에 불과했던 안용복이 울릉도를 지켜낸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일화들이 담겨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싣고 있다. 스물일곱 살에 요절한 천재 시인 이언직은 통역차 머무른 일본에서 뛰어난 문장력으로 널리 명성이 알려졌지만 자신이 쓴 글들을 모두 불태우고 말았다. 백성들의 어려운 삶을 시로 표현한 평민시인 조수삼의 이야기도 전한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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