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영관의 인물탐방-문학평론가 임헌영씨

문학평론가 임헌영(任軒永.63)은 70년대 유신반대 문인사건과 남민전 사건으로 두번의 옥살이를 한 민주투사다. 문인으로는 가장 늦은 98년 복권됐다. 지금은 친일청산을 화두로 삼는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있다. 경력을 볼 때 깐깐하고 강경한 투사다. 그러나 친일청산 문제에서부터 올바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말에는 삶과 현실을 진솔하게 바라보려는 유연함이 묻어난다. 올바르지 못했던 고난의 세월을 더듬으면서도 대화내내 사라지지 않는 미소는 '악질적인 반골'의 모습을 부드러운 남자로 오버랩시킨다.

친일문제에 관한 한 그는 단호하다. 일제하 과거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에 실익이 있느냐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 정치적, 법적, 경제적 청산의 실익은 해방 60년의 세월에 의미가 없지만 역사적, 문화적 청산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본다. 진상을 제대로 알려 후세들에게 다시는 외압에 굴복, 민족을 배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당연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일제 당시 기득권층을 친일파로 본다. 초등학교 교사를 박차고 일본군 장교가 된 행위는 명백한 친일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았던 점을 잘못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잘못을 아들이 물려받을 이유가 없지만 아버지의 친일을 옹호한다면 아들도 똑같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정치상황을 친일청산의 문제와 연관짓지 말라고 한다.

유신시절 치른 첫 옥살이는 그야말로 억울한 일이었다. 당대의 문인 거개가 기고하던 일본의 한국계 잡지에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은 일을 두고 간첩행위로 몰았다. 이미 유신반대 글을 쓴 그가 올가미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신원조회를 해야하는 이른바 족보있는 직장은 포기해야 했다. 대학교수의 꿈도 사라졌다. '간첩 임헌영' 이라는 뉴스를 본 어머니는 아예 집밖 나들이를 하지 않았다. 나중 친지들이 미안해 했지만 당시 어머니의 고통을 잊을 수 없다.

모교인 중앙대 외에도 여기저기 강의를 다닌다. 대개 문학이 주제다. 그에게 좋은 문학은 삶의 문제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다. 삶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반영하는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문학계의 상황을 세계 수준의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이 혼재한 것으로 진단한다. 나쁜 문학이 더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못해 그를 분노하게 한다. '진실성을 감춘 채 분칠하는 문학'이 그에겐 나쁜 문학이다. "이상한 바람이 들어 말도 안되는 글을 쓰니까 누가 읽느냐"며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작가의 잘못이라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게 문학하는 사람의 기본으로 여긴다.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갈망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문학 운운은 웃기는 말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과 지혜를 길러야 한다고도 충고한다. 문호들의 자연에 대한 묘사는 그를 감탄케 한다.

의성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와 기자를 거쳐 유신이후 폐간된 월간 '다리' 주간도 했다. 지금은 해외동포문학 편찬 작업에 매달리는 한편 10여년 중단했던 저서발간도 준비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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