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 격침 및 대파 359대 0, 사상자 수 3만3천780 대 243명. 세계 해전 사상 이런 기록은 없었다. 이순신은 1592년 5월 4일 첫 출전한 이래 총 4차에 걸쳐 17회의 크고 작은 해전을 전개했다. 그 결과 격침'나포한 적선만도 207척이었고 수리 불가능할 정도로 대파한 적선은 152척이었다. 또 왜병 3만3천780명을 격살했다. 이에 비해 조선 해군은 단 한 척의 전선 손실도 없었다. 인명 손실은 전상'전사자를 모두 합해 243명에 그쳤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을 상대로 23전 23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이순신. 그는 절대 열세의 전력을 극복하고 열세를 우세로, 수세를 공세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탁월한 지도자였다.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전멸시키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의 '군신'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郎'1847∼1934)는 "이순신 장군에 비하면 나는 일개 하사관에 불과하다. 만일 이순신 장군이 나의 함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최근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문제, 충무공 탄신 460주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다시 '이순신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간된 책만 해도 50여 권이 넘는다. 최근에는 그를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탁월한 경영자의 표본으로 다룬 책들이 늘었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막연한 모습에서 한걸음 나아가 치밀한 전략과 리더십을 갖춘 전략가이자 최고경영자로 접근하자는 것.
'부활하는 이순신'은 언론인 출신의 작가 황원갑씨가 이순신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춰 쓴 평전이다. 이순신의 탄생부터 숨을 거둔 노량해전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아냈다. 저자는 이순신의 리더십은 '살려고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순신의 자살설, 원균 명장론에 대한 반론도 강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원균 다시보기니, 원균을 위한 변명이니, 원균 명장론 따위의 허황한 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선조가 그런 운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선조야말로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역사왜곡의 원조였다. 시대만 다를 뿐이지 이순신죽이기라는 점에서 선조와 오늘날의 원균 용장론자들이나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고 말한다. 왕권 수호에 목을 맨 선조에게 있어 잘 훈련된 강병과 혁혁한 전과, 백성들의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이순신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선조는 이순신 체포'압송 명령을 내리면서 "이순신을 잡아올 때 원균과 교대시킨 뒤 잡아오라. 만약 이순신이 군사를 거느리고 적과 싸우고 있으면 잡아오기 편하지 못할 터이니 전투가 끝난 틈을 타서 잡아오도록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불패의 리더 이순신, 그는 어떻게 이겼을까'는 이순신 완승의 전략 전술을 사례별로 연구한 책이다. 23전 23승의 신화 중 17개를 골라 이순신의 리더십과 용병술을 분석했다.
책은 전투의 준비와 전개 과정, 치열했던 전장을 마치 눈 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재현한다. 저자는 단순히 물리적인 전투 상황만을 전하지 않고 이순신의 전투 경영마인드를 분석했다. '초전을 제압하라', '잘나갈 때도 조심하라', '가장 무서운 적은 항상 내 안에 있다', '적은 빨리 강해진다', '굴욕을 견뎌라' 등 그가 이순신에게서 얻은 삶의 지혜는 평범하지만 결정적이다.
이순신의 해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으라'는 교훈을 준다. 이순신이 한산대첩에서 학익진(鶴翼陣)을 펼칠 것을 주장했을 때 여러 장수가 반발했다. 대열이 흐트러질 경우 역습의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학익진 진법을 활용해 멋진 승리를 거둔다. 저자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면 성공에 회의가 있을 지라도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1592년 6월 2일 당포해전에서 이순신은 거북선을 선봉에 내세워 수십 척의 왜선으로 둘러싸인 대장선을 격파, 전세의 기선을 잡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적의 가장 견고한 곳을 공격해 승리로 이끈 이 전투는 현대 경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웅천해전은 상륙전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뒤집어 적의 허를 찔렀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복한 이순신이 460년이 지난 21세기 현대인에게 주는 삶의 지침인 셈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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