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간에 수사권 조정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두 기관의 소모적 대립으로 국민 불편과 치안 공백이란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경은 정면 대결 사태에 대비해 서로의 약점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수사권 논의가 자칫 추잡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檢-警 갈등' 고조 = 서울 북부지검은 6일 인천 모 경찰서 소속 김모(52) 경감이 범죄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피의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경감을 구속했다. 검찰은 김 경감이 지난해 서울 모 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면서 무혐의 의견으로검찰에 송치해주는 대가로 보험사기 피의자인 서울 S병원 사무장 박모씨에게서 1천8 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경감 외에 다른 경찰관들의 비리 첩보도 잇따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경찰을 향해 '사정의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전처럼 경찰과 관계가 불편해질 때 고위 경찰간부를 구속하는 등 공세를 취함으로써 '군기 잡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
검찰은 2003년 1월에도 일선 검사들에게 업무실적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경찰의 부당수사 및 뇌물비리 등 비위사례를 찾아낼 것을 지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경찰의 비위사례 적발 실적이 미진하다고 지적하고 관련 자료를 취합토록 지시했다.
당시 검찰은 정기적인 업무평가 요소의 하나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를 앞두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99년 5월에는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희원 치안감이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때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요구를 막기 위한 표적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검찰은 "수사권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동안 검찰과 갈등이 터질 때마다 방어에 급급했던 경찰도 이번엔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 고위간부들은 "시대가 바뀌었고 경찰도 예전 경찰이 아니다. 사태가 걷잡을 없을 지경까지 간다면 당하고만 있진 않겠다. 두고보면 알 수 있을 것"이란 말을공공연히 내뱉고 있다.
◆'검·경 싸움에 등 터지는 국민' =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검경간 이상 기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화를 통해 국민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한 게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수사권 문제를둘러싼 갈등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선 안된다는 것.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는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데 국민은 배제된 채 '밥그릇 싸움'으로 변해 버렸다"며 "검경은 국민이 허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논의의 핵심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지금까지 논의를 보면 핵심은 쏙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이훈동 한국외대 교수(법학)는 "두 기관의 싸움이 길어지면 어느 누구도 수사권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범인을 제대로 잡아달라고 검경에 수사권을준 것이지 서로 멱살잡이를 하라고 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찰이 수사권을 얻으려는 것이나 검찰이사개추위안에 반대하는 것은 조직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수사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말했다.
시민 추우승(32.회사원)씨는 "국민들은 수사권이 어디에 있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인권침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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