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오월 이야기

'가정의 달' 5월. 그림으로 치자면 이 계절은 화사한 색채와 기운 생동하는 활력이 가득한 화폭과 닮았다.

이달 들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각종 행사들로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안개 낀 저수지나 햇살 속에 반짝이는 새우와 물고기들을 화폭에 담곤 했다.

누구나 학창시절에 '이상'을 꿈꾸며 밝은 미래를 설계한다.

특히 그림에 뜻을 둔 이들은 희로애락을 모두 화폭에 옮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부지런히 붓을 놀리곤 한다.

청년시절 무슨 '이즘'이니 '학파'를 배우며 예술을 고민하고 세상과 갈등하면서 삶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왜소한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서 남 모를 고독감만 더해 간다.

어린 시절 가슴을 부풀게 했던 이상은 빛이 바래고 꿈도 점점 작아져만 간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날로그 화가'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살면서 숨마저 가쁘다.

몇 해 전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원로화가를 문병한 적이 있었다.

병상에서 만난 그분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한국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셨다.

비록 몸은 병상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그분은 식지 않은 열정으로 후배를 가르쳐 주셨다.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하시던 그 때 그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려운 미술사를 기억하는 것보다 선배, 선생님과의 격의 없는 담소는 나에겐 훨씬 살아있는 미학공부였다.

오늘도 재미없는 미학책을 뒤적이다 소란스러운 행사 소리에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불현듯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던 노 화백의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해마다 5월이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은 이제 나이가 든 탓일까. 고향에 계신 칠순의 부모님 생각으로 가슴이 아릿해지는 시점이다.

고려미술문화연구소장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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