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산 세월이 15년 넘었는데 이렇게 마실 구경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니~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6일 낮 12시 휠체어에 몸을 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자원봉사자와 시 보건소 직원들의 도움으로 영주선비촌과 소수서원에 도착, 과거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 길에 오르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시대 가옥과 물건들을 구경하던 어르신들은 이어 펼쳐진 풍물놀이 공연과 하모니카 연주 및 강변 휠체어 투어에다 카네이션 선물, 국밥, 레크리에이션 등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장면들에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영주시보건소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지역의 어르신 50명을 초청해 마련한 '고을나들이'.
홀로 움직이기 힘든 노재명(78·부석면 임곡리) 할머니는 "살다가 오늘같이 좋은 날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중풍에 걸려 15년 만에 바깥세상 구경을 했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장덕분(83·순흥면 배점리) 할머니 역시 "목욕시켜주고 밑반찬 만들어 주던 숙희(자원봉사자)가 오늘은 세상구경까지 시켜주네"라며 "얼굴 한번 찡그린 적 없는 효녀"라고 한참을 자랑했다.
18년째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환자들을 돌봐온 자원봉사자 정동수(53·풍기읍 성내2리)씨는 "나도 저런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지만 오늘같이 보람된 일은 없었다"며 "문밖 출입을 못하는 어르신들은 세상 구경하는 게 소원이었을 것"이라며 자원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어머니(노재명) 나들이에 함께 나섰던 김혜숙 주부는 "자식들도 생각 못한 나들이를 대신해 주신 여러분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어머님 살아 생전에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 다해 드릴 생각"이라 다짐하며 목 메인 목소리였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임무석(51) 영주시 보건소장은 "좋은 일 하는 사람(봉사자)이 많아 여전히 세상은 살 만한 사회"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환자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거동불편 환자 1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가사서비스, 말벗, 교육 상담 등 양질의 방문보건 의료서비스를 강화키로 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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