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개인상대 '맞춤 날씨예보' 인기

건설사부터 편의점까지 맞춤 정보

기상예보 적중률 85% 선진국 수준

"날씨가 돈이다."

날씨에 따라 기업 매출이 올라가고 날씨 예측을 잘못해서 울기도 한다. '올해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고드르우주연구소 한센 박사의 주장이 '100년 만의 폭염 예상'으로 보도되면서 관련 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한 단면이다. 기상청은 올해가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폭염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지만 업체들은 이를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년 만의 무더위에 이은 호재인 셈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날씨에 민감하다. 날씨에 민감한 기업들과 개인들을 상대로 특화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날씨산업'이 신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민간예보사업제도 8년

산업구조 다변화에 따라 기상정보수요 역시 다양화했지만 기상청은 이에 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예보사업제도를 시행하기로 하고 기상업무법을 1997년 7월 개정, 본격적인 민간예보사업제도를 시행했다. 이때부터 기상청에 등록한 민간예보사업자는 특정수요자를 대상으로 기상정보에 대한 특화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상 선진국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제도. 미국의 경우 500여 민간사업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이 채 안된 우리나라에서는 10개의 사업자가 기상청에 등록, 날씨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민간사업자는 기상청의 관측자료는 물론 해외민간사업자와의 제휴와 교류를 통해 기상자료를 입수, 자체분석작업을 통해 특화한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불쾌지수 외에 세차지수, 빨래지수 등 다양한 기상관련 지수들이 나오게 된 것도 민간예보사업자들 덕분이다.

국내시장 규모는 150억~200억 원 안팎. 1천억 원을 웃도는 일본을 보면 아직 작은 편이다. 케이웨더 정재희 대리는 "모바일로부터 날씨정보를 시작한 일본에서는 유료라는 인식이 이른 시일에 정착됐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에서부터 시작돼 유료화가 더딘 편"이라고 분석했다.

◆날씨정보 어떻게 활용되나

기상정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비 올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 편의점은 우산을 평소보다 더 많이 진열하고,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에는 원두커피 등 따뜻한 음료 공급을 늘린다.

여름철 소비생활에서는 일반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20℃가 되면 에어컨이 팔리기 시작하고, 26℃가 되면 벌레가 늘어나기 때문에 살충제가 잘 팔리고, 27℃가 되면 수박과 파라솔, 30℃를 넘으면 얼음과 셔벗, 수영복 등 한여름 상품판매고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 같은 기온변화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이미 날씨마케팅의 고전이다.

일본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기상정보를 판매시점관리시스템과 결합, 활용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이 업체는 도시락과 야채 판매량이 날씨와 기온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 착안, 민간예보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체인점 주변을 20㎞씩 바둑판형으로 구분하고 기상체감지수 등을 통계화해 지역·시간대 별로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쟁사에 비해 2배나 넘는 수익을 올렸다.

기업들은 또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한진해운의 Clipper Yama호는 지난해 11월 하순 북미 서안을 출항, 인천항에 입항하기 위해 국내의 한 예보사업체에 기상정보 및 항로추천서비스를 받았다. 이 민간사업체는 저압부세력이 북위 40도까지 연장돼 있어 한진해운이 당초 잡은 남방항로로 운항할 경우 운항속도가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 북방항로를 비교우위항로로 권유했다. 예보사업자 권유대로 북방항로를 택한 결과 한진해운은 미화 5만 달러의 경비와 132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건설현장에서도 날씨정보는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직후 비가 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건설회사들은 강우예보 2, 3일 전에 이 같은 작업을 미리 끝내놓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국내민간예보업체들로부터 건설현장에 대한 포인트예보를 받고 있다.

광역화한 기상청에 반해 민간예보사업자들은 포인트예보를 해준다. 이를테면 대구시내에서도 동별 기상예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대에 따른 국지적인 예보까지 가능하다. 물론 유통업체나 패션업체들의 수요에 맞춘 30일 예보 또는 6개월 주기 예보 등 맞춤형 예보도 제공하고 있다.

◆기상예보의 현재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적중률은 85% 수준이다. 기상선진국의 87%에 근접해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어 기상적중률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기상정보를 가공,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라고 한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까지 갖춘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우리나라 기상관측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대한제국 때인 1904년 3월 임시기상관측소가 서울과 목포 등 전국 5개소에 설치됨으로써 시작됐다. 해방 후 정부 수립 직후인 49년 8월 '국립중앙관상대'가 발족하면서 기상관측 및 예보시스템이 공식 설치됐다. 63년 중앙관상대로 개칭됐고 소속은 문교부에서 교통부로, 이어 과학기술처로 바뀐다.

기상레이더에 의한 관측은 68년 처음으로 시작됐고 82년 중앙관상대라는 명칭이 '중앙기상대'로 바뀌게 됐다. 관상대라는 명칭은 기상관측이 과학이 아니라 운수소관 수준이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상대는 90년 기상청으로 승격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기상정보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연내에 기상산업진흥원을 설립한다. 기상산업진흥원은 기상청의 중장기 예보를 공급하고 기상예보에 대한 증명서류도 발급할 예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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