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자식이 원수(?)

어버이와 자식 사이는 인륜(人倫)이 아니라 하늘이 맺어준 인연(天倫)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자식들은 전생에서 원수의 연(緣)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얘기가 된다. 어버이의 사랑은 바다처럼 넓고 끝이 없다. 특히 한국의 부모들은 '기러기 부부'가 되면서까지 자신들의 분신인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 한국 부모들의 유별난 자식 사랑은 취업시장에서 50대가 약진하는 기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라는 퇴출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50대의 취업증가율이 전체 평균 취업증가율의 8배를 넘었다. 규모도 350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직장에서 밀려나고서도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파트타임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자식은 아무리 잘 보살피고 키워도 최선의 경우가 본전이고 대부분 평생 가슴앓이로 남는 모양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식들에게 경계(警戒)의 말을 남겼다. 중국 송대의 시인 도연명은 아들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책자 시(責子 詩)를 썼고 맥아더 장군도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기도'를 남겼다. 구약성서의 잠언(箴言)은 이스라엘 왕국의 번영과 영화를 가져온 '지혜의 왕' 솔로몬이 말썽을 일으킨 자식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직접 쓴 글이다.

◇ 자식들은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며 자란다. 이 때문에 아무리 부모를 닮고 싶지 않아도 어느새 외모나 언행에서 부모를 닮게된다. 그래서 자식의 잘못은 모두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잘못을 저지른 자식을 데리고 조상의 묘를 찾아 자신의 종아리를 치는 관습도 있었다. 유교에서 부모 3년 상을 치르게 하는 것도 세 살이 될 때까지 진자리 마른 자리를 갈아 준 어버이의 은혜를 기억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 하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역시 세태에 따라 바뀌고 있다.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가운데 4명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효(孝)의식이 희박해지면서 '자식이 원수'가 된 세태를 반영한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내일은 어버이 날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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