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연근 화백 생애 담은 장편소설 '혜성가'

"굴곡진 인생여정 격동의 현대사 대변"

소설가 정만진(51·대구시 교육위원)씨가 계성학교 출신 추연근(82) 화백의 생애를 담은 장편소설 '혜성가'를 계간 문학지 '사람의 문학' 봄호에 연재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생존하고 있는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거명하고 있는 데다 자서전 초고를 토대로 소설화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정씨가 학교 선배인 추 화백을 실제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은 지난해 겨울. 계성총동창회보에 실을 원로선배 탐방기사 취재차 부산에 내려가 추 화백을 만난 것이 계기다.

그때 추 화백으로부터 들은 굴곡진 인생여정이 격동의 우리 현대사를 대변하고 있어 소설감으로 충분하다고 판단, 집필을 시작했다.

'흑태양의 화가'로 유명한 추 화백은 부산일보 편집국장과 예술대 학장 등을 지낸 한국화단의 원로. 대구시 동구 지묘동에서 태어난 그는 수창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어 계성학교 미술부원이 되었고, 그후 일본 유학을 떠났다.

일본군에 강제징집됐으나 해방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귀국, 서울대 미술학부에 입학한 추 화백은 학생대표로 부당한 학칙제정에 항의하다 '빨갱이'로 몰려, 합천 해인사에서 효봉 스님에게 의지하던 중 계성학교 신태식 박사의 추천으로 미술교사로 부임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징집, 미국 전사편술부에 배치된 그는 우연히 군납물자를 빼돌리는 광경을 목격한 '죄'로 다시 빨갱이라는 모함을 받고 특무대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대구 10·1사건 때도 범인 은닉죄로 무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 교수가 되지 못하고 경찰의 사찰로 교사생활도 순탄치 못했던 추 화백은 그후 부산일보에 들어가 편집국장을 지내면서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섰다.

미술에 대한 열정을 지울 수 없어 부산산업대 예술대 창립 교수로 자리를 옮긴 그는 어두운 현실을 검은 태양으로 형상화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끌었다.

파리 유네스코본부 미로미술관에서 '한국 빛깔의 신비전'을 여는 등 모두 26회의 개인전을 연 그는 온몸으로 겪었던 시대의 아픔을 정리하며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작가 정씨는 "내년 10월 계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편 '혜성가'를 완성해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추 화백의 그림까지 곁들이면 더 자서전적인 소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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