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지리산 산골 마을에 매화 향기를 앞세우고 봄이 찾아왔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인 지리산(智異山).
이번주 MBC 심야스페셜 '2005 봄 지리산별곡'편은 봄을 맞는 지리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려한 꽃 축제와 진한 녹차향이 머무는 남도의 지리산에서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공존의 의미를 찾아보자는 취지다.
제1부 '범왕리 권 노인 부부의 봄날'(9일 0시25분)에는 지리산 꼭대기 마을인 범왕리를 찾아간다.
80평생 이 마을에서 살아온 토박이 권기선 할아버지 부부는 아들의 노름빚 때문에 정든 집에서 쫓겨나 마을 공터 컨테이너에서 유난히 춥고 시린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새봄이 찾아온 지금, 할아버지는 고로쇠를 받고 버섯을 따며 새순이 돋아난 녹차밭에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지리산을 터로 잡고 사는 노부부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는 지리산. 평생 지리산 자락을 떠나지 않고 살아온 권 할아버지 부부에게 지리산의 품은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넉넉하다.
제2부 '피아골 아이들'(10일 0시35분)은 지리산의 피아골을 깨우는 내동리 피아골 연곡분교의 열여섯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그린다.
사연 많은 지리산의 분교답게 아이들의 사연도 각각이다.
복잡한 가정문제로 여러 번 학교를 옮기다 얼마 전 이곳에 온 하늘이는 더 이상 전학 다니지 않고 이 산골 분교에서 졸업을 하고 싶다.
IMF로 실직한 아빠를 따라 들어온 6학년 재성이네,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진이 자매, 2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피아골에 터를 잡은 재석이네 등 연곡 분교 16명 아이들 중에 이곳 토박이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모두가 도시로 떠나는 요즘에 그들은 왜 이곳 지리산에 새터를 잡은 것일까?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묻어나는 지리산의 봄은 그 시린 사연들을 모두 안고 새 삶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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