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여러 차례 영화와 뮤지컬로 각색되기도 했다.
인간에게 선과 악의 두 가지 성질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의 불행이라고 생각해오던 지킬(Jekyll:이중인격자라는 의미) 박사는 어느 날 선과 악을 분리해내는 약을 개발한다. 하지만 그 약은 반쪽의 성공에 불과한 것이었다. 본래 지킬 박사가 가지고 있던 선과 악의 양면 중 '악'만을 분리해 냄으로써 도덕심이 없는 흉악한 인간 '하이드(Hyde)'로 변신하는 데만 성공했던 것이다. '하이드'로 변신하면 무슨 행동이든 거칠 것이 없었다.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데다 악의 본성만 남아 있어 양심의 가책조차 없었다. 가식과 체면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하나의 탈출구를 만들게 된 지킬박사는 양심과 윤리 등에 옭죄어 생각만 할 뿐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없었던 악행들을 저지르게 되고 점점 더 이런 행동에 익숙해져 간다.
이렇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사이를 오가던 그는 어느 날 자신 속에서 악의 본능이 너무나 커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이상 약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잠만 들면 '하이드'의 모습으로 변하고 다시 약을 마셔야만 본래의 자신의 모습인 '지킬 박사'로 돌아올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결국 지킬 박사는 '하이드'의 모습을 한 채 자살을 결심한다. 약의 재료도 바닥난 데다 가장 친한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가 '하이드'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그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고백하는 편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1. 사람 속에 함께 들어 있는 선과 악의 양면성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조절된다. 그러나 한번 죄를 짓고 전과자가 된 사람은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 일쑤인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끝내 하이드가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악에 더 쉽게 물들고 악행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헤어나오기 힘든 이유는 왜일까?
2.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루에 두 가지씩 해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작은 습관이 모여 인격이 되고 성격이 된다는 말이다. 성격은 결국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내 몸이 하기 싫은 일, 내키지 않는 일로 자신을 수련하지 않으면 사람은 나태한 흉물로 변하기 십상이다. 나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3. 선과 악을 분리하려는 지킬 박사의 실험은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분리해내고자 하는 위험한 욕망에 빠져 지킬 박사는 결국 파멸로 치닫고 만 것이다. 흔히 과학자들의 실험이 사회적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킬 박사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원자탄 실험, 줄기세포 연구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과학자의 도전정신과 인류의 행복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선과 악의 경계
인간은 누구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같이 이중적인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 선한 본성이 드러날 때가 있는가 하면 악한 것이 마치 내 본래의 성격인 양 생각될 때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과 악이 인간 안에 혼재돼 있어 우리는 늘 혼란을 겪는다.
선과 악의 경계 역시 모호하다. 인간에게서는 전적으로 악한 행동도, 전적으로 선한 행동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악행을 저지르는데는 '양심의 가책'이 따르게 마련이다. 범죄를 행하는데는 주저하는 마음이 따르고, 또 범죄를 저지른 뒤에는 후회가 뒤따르는 것이 인간이다. 과연 어느 쪽을 인간이 본래 가진 모습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겠는가?
▲마약처럼 빠져들기 쉬운 악
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것보다 거슬러 오르기가 몇 배는 힘든 것처럼 악을 행하기가 선을 행하기 보다 훨씬 쉽다. 나쁜 일은 대체로 재미있고 수월해서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마약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오고가던 주인공이 결국 지킬 박사의 모습보다 하이드의 모습을 유지하기가 더 수월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경우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 '이건 아니야'라고 외치면서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다시 이기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선한 본성을 잃어버리고 '하이드'처럼 악한 본성만 거대하게 자라 이기적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악을 행하는 사람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바로 이들 때문에 사회가 유지돼 가는 것이다. 이기적인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오를 때, 외부의 상황에 핑계를 대기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