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물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나"

다녀와서 글쓰기

자연을 찾으면 아이들에게는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호기심도 생기고 흥미로운 일이 많아져서 아이들은 마냥 행복해한다. 특히 강이나 개울에 가는 아이들의 즐거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을 막아보겠다고 댐과 징검다리를 만들고 강물에 손을 모아 피라미를 건진다. 풀이나 나뭇잎으로 즉석에서 배를 만들고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를 띄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이들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난다. 즐겁게 뛰어놀면서 보고 느낀 자연 현상을 어떤 식으로 학습이 가능한지 체계적으로 알아보자. 어린이들과 함께 대구 신천의 상류와 중류, 하류를 다니며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

▨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지난주에 우리가 마시는 물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 취재를 하러갔다. 먼저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경산 상수도사업소에 갔다. 경산 상수도 사업소에서는 우리가 버린 물을 다시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다. 거기에는 물을 빨아들여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다시 찌꺼기를 가라 앉혀 약품처리를 한 뒤, 가정으로 흘러 보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차를 타고 신천의 계곡으로 갔다. 계곡에서 물이 흘러 여러 곳에서 물이 모였다. 산에서 모인 물은 강을 만든다. 그래서 상류→중류→하류로 흐른다.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와 비구름이 되었다가 무거워져 비가 되어 내려서 산과 강과 들판에 내려서 다시 강물을 이룬다. 이것을 물의 순환이라 한다. 이승아 (영신초 4년)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

나는 물이 어떻게 깨끗해지는지 몰랐는데 오늘 어떻게 깨끗해지는지 알고 상류,중류,하류의 특징도 알고 물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동물, 1급수엔 금강모치, 민물가재, 열목어, 산천어가 있고 2급수엔 꺽지, 갈겨니, 돌고기, 은어가 있고 3급수는 미꾸라지, 몰개, 각시붕어, 동자개가 있다. 물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동물은 호랑이, 코끼리, 돌고래, 낙타, 하마, 기린이 있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식물은 부레옥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신기했다. 나는 오늘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김나영 (효성초 3년)

▨강물이 하는 일

신천에서 강의 상류와 중류, 하류가 어땠는지 알아보았다. 상류는 물살이 빠르고 계곡이 V자 모양이었다. 돌이 뾰족뾰족했다. 왜 그런지 처음엔 몰랐는데 물살이 빨라서 돌이 뾰족하다는 걸 알았다. 공부하기 위해 돌멩이를 하나 주워 왔다. 다음엔 차를 타고 중류로 갔다.

중류는 상류보다 물이 천천히 흐르고 돌이 동그랗다. 또 모래가 많았다. 물이 천천히 흘러서 그렇다고 했다. 강물이 돌이나 모래를 나르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사는 대구에 들어와 보니 강이 넓고 물살이 아주 천천히 흘렀다. 또 물도 많았고 돌이나 모래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빈 (장산초 3년)

◇ 체험단 글을 읽고

△ 학생들의 글은 현장 취재에도 불구하고 백과사전식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라는 주제로 작성한 승아의 글은 물의 두 가지 흐름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는 상수도 사업본부의 인공 정화과정이고 두 번째는 산과 강, 바다, 구름을 통한 자연 상태의 물의 순환과정이다. 이 과정은 승아가 정한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라는 주제와 잘 어울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백과사전'에 나오는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아가 직접 취재한 산과 계곡의 작지만 생동감 있는 순환과정을 쓴다면 더욱 좋겠다.

나영이의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역시 급수별로 물 속에 사는 물고기 종류에 대한 교과서적인 설명에 머물고 있다. 나영이 자신이 방문, 취재한 강이 몇 급수인지,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체험단이 정한 주제와 실제 글로 쓴 내용이 다른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은 주제를 정하기는 했지만 사전 준비와 사후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빈이는 '강물이 하는 일'을 주제로 글을 썼다. 그러나 글 속에 강물의 역할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상류와 하류의 물살의 빠르기와 돌의 모양에 한정돼 있다. 상류와 하류의 강물 폭이 다른 이유와 돌의 모양이 다른 이유, 또 상류와 하류의 역할을 파악했더라면 주제와 어울리는 글이 됐을 것이다.

나영이는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이란 글에서 물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동물로 호랑이, 코끼리, 돌고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역시 강물에 사는 물고기란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육지의 동물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쓰고 싶다면 그에 적합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 이번 체험단 어린이들의 글은 문장이 간결하다. 이런 형태의 글은 짧은 문장으로 쓰는 것이 좋다. 글의 목적이 의미 전달에 있기 때문이다. 두 개 이상의 주어와 술어가 있는 복잡한 문장은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자기 감정보다 사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신기했다' '신나고 재미있었다' '상류 중류 하류를 보고 특징을 알았다' 는 식의 표현이 많은데 이때는 자신이 신나고 재미있는 이유를 적는 것이 좋다. 글을 읽는 이는 글을 쓴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본 풍경이나 새로 발견한 사실을 모른다. 그런 까닭에 그냥 '신났다' '신기했다'는 표현은 독자의 궁금증만 유발할 뿐이다. 또 '상류 중류 하류를 보고 특징을 알았다' 는 문장보다 '상류 중류 하류의 특징은 이러이러했다' 는 식의 글이 독자에게는 더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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