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병과 솔잎 혹파리에다 이상고온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활엽수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혼효림(활엽수와 침엽수가 혼합된 숲)의 소나무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말라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혼효림 속의 소나무는 대부분 활엽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잡목과 덩굴에 휘감겨 성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
봉화군민들은 "산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이상기온으로 소나무들은 볼 수 없고 활엽수들과 덩굴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동남아여행에서 본 정글모습과 흡사하게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성주한(44) 임업연구관도 "갑작스런 온도 상승으로 활엽수의 잎이 예년보다 10여일 앞당겨 피고 있다"며 "잎이 넓은 활엽수가 급성장하면서 키가 작은 소나무들은 광량(빛)이 부족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활엽수도 잎의 성장은 빠른데 비해 뿌리 발달이 늦어져 충분한 숨쉬기 활동과 증산(온도조절) 작용을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주지역 경우도 지난 4월 평균기온이 25℃로 예년보다 2~3℃ 높은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화서·화북면 등 일부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활엽수들의 웃자람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나무·낙엽송 등 침엽수림으로 군락을 이뤘던 일부 고산지대 경우 온난화 현상으로 활엽수의 세력이 두드러지는 등 산림 생태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백두대간 상주지역 구간 종단 산행에 나섰던 김현종(45·화북면 입석리)씨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청화산 자락에서 지난해와는 달리 눈에 띄게 활엽수들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심지어 일부 구간에는 전나무들의 잎이 고온을 견디지 못해 누렇게 마른 현상마저 나타났다"고 전했다.
상주시 이재균 산림과장은 "장기적으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전나무·가문비나무·주목 같은 북방계 침엽수들이 온난계 기후조건인 한반도에서 차츰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주지역도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2~3℃가 더 올라가면 침엽수들이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안동에서도 최근 수년 동안 혼효림 지대에서 덩굴류와 참나무 같은 활엽수가 번성하는 대신 소나무 등 침엽수는 현격히 쇠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안동시 이재갑 산림과장은 "이 같은 현상은 안동지역 혼효림 산지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침엽수림에서도 서서히 활엽수가 활착하기 시작해 머지않아 혼효림 산지로 바뀔 것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침엽수림의 축소현상은 전국적인 산림분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반도 위도상 침엽수림 우세 하한지역인 경상북도 북부와 강원도 남부 지역에서도 수년 내 활엽수가 우점종으로 변화하고 그 세력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산림청의 전국 산림면적 현황에 따르면 1995년 287만ha였던 침엽수는 2003년 현재 271만ha로 감소한 반면 활엽수는 160여만ha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혼효림은 170만ha에서 187만ha로 증가, 침엽수인 소나무류의 위축현상을 드러냈다. 봉화군의 경우 1977년 활엽수 1만6천709ha이던 것이 2003년에는 3만530ha로 늘어났다. 때문에 남부지방산림관리청 경우 2000년부터 해마다 심는 나무를 침엽수림에 집중하고 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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