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교육-프랑스 대입고사 '바칼로레아'

우리나라에서 논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가장 모범적인 대입고사의 형태로 꼽는 것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다. 하지만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역시 완벽한 대입제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의회는 고교생들의 반발 속에 교육개혁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에는 당초 계획했던 바칼로레아 개편안이 빠져 있었다. 프랑스 교육부는 현재 12과목인 바칼로레아 시험 과목을 5, 6개로 줄이고 평소 학업 성적을 20%가량 반영하는 등 연중 평가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10만여 명의 학생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인 덕분에 결국은 후퇴하고 만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 교육부가 바칼로레아 개편을 시도한 것은 바로 우리의 벼락치기 논술고사와 유사한 형태의 '벼락치기식 바칼로레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벼락치기'를 통해서라도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면서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고교 졸업생 중 75%가 읽기, 쓰기, 수학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던 것.

벼락치기를 위한 과외 성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 시험 준비를 위해 방학 등을 이용하여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소규모 과외 교습을 '박 대비 박스(Boite a bac)'라고 부르며, 이런 과외 학습을 제공하고 있는 회사의 매출액이 한 달에 두 배씩 뛰어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은 프랑스 고교생들의 60% 정도가 바칼로레아를 통과, 국립대학에 진학하면서 경쟁률이 약화돼 과거에 비해서는 과외 열풍이 주춤해졌지만 대략 프랑스 고교생들의 15% 정도가 과외를 수강 중이며 36%가 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벼락치기 바칼로레아 대신 평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게 하자는 취지의 '내신 평가방침'은 학생들의 시위로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학생들은 연중 수시로 시험을 볼 경우 열악한 교육 여건에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돼 전통의 평등 정신이 실추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비슷한 연중평가 체제인 '내신'의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 고교생들의 불만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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