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8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한·중 양국이 현재의 북핵사태에'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지체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정우성(丁宇聲)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회담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6자회담 재개가 지체되는 등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는 대목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6자회담 불참이 11개월 가까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끊이지 않고. 게다가 북-미 간 상호비방전이 가열되는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이 북핵해결의 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상황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 발표문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깊은 우려'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양국 정상은 최근 긴박하게 전개되는 북핵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유엔안보리 회부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정상회담 발표문 속에 함의돼 있다"며 "그런 단어가 두 정상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나왔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으로 '협상'쪽에 무게를 실어온 양 정상으로서는 최근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깊은 우려'라는 표현 속에 배어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양 정상은 이 같은 상황인식 속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가 선결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정 보좌관은 "북한이 지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회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걸고 6자회담을 장기간 공전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중 양국이 사실상 무조건적인 회담 복귀라는 '전략적 결단' 이 급선무라는 것을 북한에 촉구한 셈이다.
특히 '지체없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북한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로도 읽혀진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다자협상의 틀인 6자회담을 무작정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북한에 불리하게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방식을 강조하고 있는 한·중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상황인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북핵 해결을 위해 양국 외교 당국 간 고위 실무협의를 한층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외교적 노력의 강화는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양국의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카드'를 사용할 것인지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임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은 잇따라 전개될 6자회담 관련국들의 교차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6월 중 미·일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후 주석과의 전화통화에 이어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6자회담 관련국 정상들간의 절충과 결단을 통해 해법을 찾는 막바지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그 첫머리인 한중정상회담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양국은 미국과 일본 내 강경기류가 점점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을 향해 조속한 회담복귀를 강도 높게 촉구했기 때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계기로 빚어진 한-일, 중-일의 갈등사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보좌관은 "양국 정상은 최근 동북아에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논의했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비록 일본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보다 분명하고 올바른 역사인식, 그리고 실천이 선결과제임을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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